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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동 미끼로 강성노조원 대의원 불출마 회유' 한국조선해양 간부···'벌금 4백만원'

법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헌재 위헌결정으로 한국조선해양은 무죄
[한국법률일보] 강성 성향 노조원의 대의원 선거 출마를 막기 위해 원하는 부서 이동을 제안하며 회유한 대기업 간부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방법원 형사6단독 김도영 판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조선해양() 부서장 A씨에게 벌금 400만 원 형을 선고했다.(울산지방법원 2021고단1087)

A씨는 20119월경부터 201812월경까지 한국조선해양 주식회사 조선사업본부 선행도장부 운영과장 및 부서장으로 재직하면서 소속 근로자의 인사와 노무관리 등의 업무 사항에 관해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사업주를 위해 행동해왔다.

A씨는 특히 노조 대응 업무의 하나로 매년 시행되는 노조 대의원 선거에 앞서 조합원 성향과 대의원 예상 출마자, 부서의 정서와 후보자 개별 평판 등을 분석하고 사측에 우호적인 조합원('합리파')이 대의원에 당선될 수 있도록 대의원 선거 관련 전략과 목표를 수립해 왔다.

A씨는 2017131일로 예정된 제29대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합리파 후보가 대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도록 하기 위해 201612월경 회사 사무실에서 대의원 선거 당선이 유력했던 강성 노조원 B씨에게 부서이동을 검토하고 있는데 바로 답을 주긴 어렵다. 시간이 필요한데 일단 네가 대의원 선거는 안 나가야 한다. 다음 주까지 안 되면 대의원 출마를 하진 말고, 대의원 불출마로 인한 공격은 네가 좀 버텨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 부서 이동을 위해서는 네가 조합원 탈퇴 조건을 내밀어라. 회사에서는 전향해서 돌아온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 기본적인 관례다. 네가 조직에 대한 배신자지 회사의 배신자는 아니다.”는 등으로 말하며 B씨가 대의원 선거 후보에서 사퇴하도록 회유해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것에 개입하는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A씨는 “B가 부서이동을 희망하면서 상담을 요청해 대화를 나눈 것에 불과하므로, 노동조합 운영에 대한 지배개입의 범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씨는 법정에서 당시 선행도장부에서 근무하던 중 몸을 다치는 등의 사정이 있어 다른 부서로 보직변경을 원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른 부서 전출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강성파인 내가 현재 근무하는 선행도장부 대의원으로 일을 하면 사측에서 부담스러워해 나를 대의원으로 활동할 수 없는 다른 부서로 전출시키도록 하기 위한 의도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도영 판사는 “B씨의 진술과 B씨가 원하는 대로 타 부서로 전출된 점, 회사 측에서는 강성파인 B씨의 대의원 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B씨가 대의원 선거 후보에서 사퇴하게 하도록 할 유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및 그밖에 판시 범죄사실에 나타난 발언 내용과 경위, 피고인 A의 지위, 그것이 행해진 상황이나 방법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노동조합의 운영에 개입한 것으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유죄로 판단했다.

김도영 판사는 양형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제약하거나 침해하는 것으로서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 다만, 피고인이 처벌전력 없는 초범인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와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같은 사건에서 노동조합법 제94, 90, 81조 제1항 제4호가 적용돼 기소된 한국조선해양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김도영 판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구 노동조합법 제94, 90, 81조 제4호 본문 전단이 적용돼야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노동조합법 제94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해 제90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부분 가운데 제81조 제4호 본문 전단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위헌결정(헌법재판소 2017헌가30)으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했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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