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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3.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물류센터 반복된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쿠팡노동자대책위 대표 권영국 변호사가 또 다시 쿠팡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발언하고 있다. |
[한국법률일보] 이달 11일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쓰러진 53세 여성노동자가 뇌출혈로 사망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쿠팡 물류센터에 고용돼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노사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쿠팡노동자의건강한노동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쿠팡노동자대책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공공운수노조,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23일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물류센터 반복된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 발언자로 나선 권영국 쿠팡노동자대책위 대표는 또 다시 쿠팡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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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3.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물류센터 반복된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쿠팡노동자대책위 대표 권영국 변호사가 또 다시 쿠팡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통탄하고 있다. |
권 대표는 “지난 12월 24일 오전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3세 여성노동자가 헛구역질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50여일이 2월 11일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면서, “2020년 3월 이후 쿠팡 물류센터에서만 여섯 번째, 쿠팡배송 노동자를 포함해서는 열 번째로 ‘알려진’ 쿠팡 노동자의 죽음이다.”라고 통탄했다.
권 대표는 “이번 죽음에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는, 사건 당일인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11시 25분쯤 머리에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주저앉았고 본인은 주변에 신고를 부탁했으나, 119 신고 접수는 20여분이 흐른 오전 11시 49분쯤에 이뤄졌다.”며 “주변 작업자들이 관리자에게 항의했으나 관리자들은 119에 신고하지 않고 공정 매니저를 부르고, 공정매니저는 안전보건팀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안전보건팀이 올 때까지 방치했다. 매니저와 안전보건팀까지 보고가 이뤄져야 해서 늦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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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3.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물류센터 반복된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쿠팡노동자대책위 대표 권영국 변호사. |
이어 “고인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상이 없어 20km 거리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증상 호소 후 1시간 25분여 시간이 흐른 오후 12시 52분쯤 병원으로 이송된 고인은 아예 의식을 잃었다.”면서, “쿠팡은 긴급 환자 발생에 대한 신속한 대응절차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둘째, 이번 사망사고 역시 쿠팡의 속도 중심의 작업시스템에 내재한 문제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이번 사망사고가 발생한 동탄물류센터는 불과 1년 전인 2021년 1월 11일에도 한 여성 노동자가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준비를 하다가 쓰러져 심장마비로 사망한 곳이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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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노동자의건강한노동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물류센터 반복된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권 대표는 “고인이 담당한 업무는 ‘입고 전산 지원(서포터)’였다. 공정에 물건이 들어오면 확인하고 제대로 들어왔음을 전산으로 등록하는 일이다.”라며 “하지만 유족과 직장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본래 업무 외 다수의 일들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표적인 것이 일정근무 시간동안 무거운 물건을 운반해 분류하는 일명 ‘까대기’ 업무였다. 새로 들어온 직원들에게 전산 업무를 교육하는 것이 고인의 주된 일인데, 그 밖에 육체적인 업무가 많았다고 한다. 과중한 업무와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또 “하지만 쿠팡은 정작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변명과 모르쇠로 대응해왔다.”며 “죽음에 대한 구조적인 원인 규명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모든 죽음에 대한 원인을 개인의 건강상태로 전가해왔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전혀 변함이 없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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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3.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물류센터 반복된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쿠팡노동자대책위 대표 권영국 변호사가 또 다시 쿠팡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그러면서 “이번 동탄문류센터 사망사고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중대재해다.”며 “수사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여부를 떠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쿠팡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방치하는 것은 사업장의 안전을 감독해야 할 정부당국의 직무유기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안전보건공단에서 제출한 ‘2020년 산업재해현황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에만 2,062명의 사망재해자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5.6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