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코로나19확진으로 임용시험 응시제한당한 수험생들···법원 “국가가 각 1천만원 배상해야”

법률유보원칙·과잉금지원칙·평등원칙 위반 , 객관적 정당성 없는 불법행위
[한국법률일보]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교원임용시험 응시를 제한당한 수험생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1(재판장 김지숙 부장판사, 박현숙·공우진 판사)는 코로나19 확진을 이유로 중등교원임용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당한 수험생 4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03052)

재판부는 정부가 수험생들에게 각 1천만 원 및 각 이에 대해 2021. 1. 22.부터 2021. 12. 9.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202011월경 중등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당시 임용시험 직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들은 각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으로부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43, 43조의2에 따라 입원과 격리 통지서를 받았고, 이에 따라 이들은 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했다.

시험 응시자격을 제한당한 수험생들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산하 현지원 변호사등은 재판에서 교육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각 시·도 교육감은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임용시험의 응시자격을 제한해 결국 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했다.”면서, “위와 같은 응시제한은 법률유보원칙·신뢰보호원칙·과잉금지원칙·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한 행위이고, 담당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역시 인정되므로 정부는 응시제한 조치로 인해 수험생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먼저 응시제한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응시생들이 임용시험에 응시 자체를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공직취임의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로써 공무담임권의 제한이 인정된다.공무담임권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다른 기본권들과 마찬가지로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지만, 그러한 제한에는 반드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만 한다.”면서 법률유보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 판단했다.

재판부는 "응시제한에 관하여는 공고에서 법적근거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피고는 응시제한이 중수본 지침에 근거한 것이고, 중수본의 지침은 감염병예방법 제42조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감염병예방법 제42조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강제처분 권한을 규정하면서 제1급 감염병1이 발생한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들로 조사, 진찰, 격리, 치료 또는 입원 조치 를 들고 있으나, 이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감염병 유입 및 확산방지를 위해 물리적인 활동범위 등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일 뿐 위 치료 및 격리입원 조치에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하는 임용시험의 응시제한이 당연히 수반되는 결과라고 보기 어려운 점, 치료 및 격리입원 중에도 감염위험이 차단된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에 응시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이 응시제한에 관한 사항까지 규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응시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반해 원고들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고 설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응시제한의 목적이 코로나19의 확산세 속에서 수험생 및 국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이 침해의 최소성, 수단의 적절성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면서, "누구라도 언제든지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서 감염위험이 차단된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 가능함에도 확진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응시의 기회를 잃게 되면 공무담임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원고들은 짧게는 1, 길게는 5년 이상의 긴 기간 상당한 비용의 학원비, 생활비 등을 지출하며 준비해온 과정을 거친 자들로서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게 돼 수험생과 국민의 안전 보호를 위해 필요한 범위를 명백히 넘어서서 원고들의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면서, "2021. 1. 5.자 변호사시험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응시가 제한되자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이 확진자 응시를 제한하는 법무부 시험공고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면서 낸 가처분 신청사건(헌법재판소 2020헌사1304 변호사시험 응시제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에서 헌법재판소는 같은 취지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사실이 인정되고, 실제로 이후 실시된 국가공무원 시험, 이 사건 임용시험 중 제2차 시험부터는 확진자에게도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된 점, 피고가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전혀 마련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응시제한이 수험생 및 국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반드시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할 수 없고, 침해의 최소성도 충족하지 못했다. 따라서 응시제한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원고들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고 설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따라서 교육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각 시·도 교육감이 법률유보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원고들에 대해 임용시험에 응시를 제한했고, 이는 객관적인 정당성이 없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원고들은 응시제한으로 인해 임용시험에 응시조차 못해 상당한 좌절감과 1년 더 중등교사임용고시를 준비하거나 목표를 상실하게 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고, 경제적 손실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들과 같은 수험생의 입장에서 시험이 차지하는 현실적인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도, 원고들의 나이, 직업, 경제적 환경 등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각 1천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1심 판결에 대해 정부와 수험생들이 모두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서울고등법원 20222002832)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

PC버전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서울 아04223

Copyright ⓒ 한국법률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