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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재건축조합 속기록·자금수지보고서는 공개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

도시정비법 위반죄의 공개대상 자료 확장해석은 죄형법정주의 위배
[한국법률일보] 재건축정비사업 추진위원회에서 개최한 주민총회의 속기록과 자금수지보고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상 반드시 공개하지 않을 경우 처벌대상이 되는 자료는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재판장 민유숙 대법관, 주심 천대엽 대법관, 조재연·이동원 대법관)<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추진위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항소심 법원인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2115334)

B주택재건축정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인 A씨는 20151219일 열린 주민총회와 창립총회 속기록 등을 공개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하면서도, 속기록 작성에 대한 대금지급자료와 자금수지보고서 등에 대해서는 법령이 규정한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자금수지보고서도 공개해야 한다며 이 부분도 유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 상고심을 심리한 대법원 2부는 판결이유에서 먼저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를 확인했다.

<도시정비법> 86조 제6호 및 제81조 제1, 현행 <도시정비법> 138조 제7호 및 제124조 제1항은 조합임원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해 조합원, 토지등 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15일 이내에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해 공개하여야 할 서류를 열거하고 명시된 서류의 관련 자료도 함께 공개대상으로 규정하는 한편, 이를 위반한 조합임원 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있다

대법원 2부는 이어 "이러한 규정의 입법취지는 조합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임원과 건설사 간 유착으로 인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그 조합과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돼 지역사회와 국가 전체에 미치는 병폐도 크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해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시했다.

대법원 2부는 그러나 <도시정비법>은 공개대상이 되는 서류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 자료의 판단기준은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공개가 필요한 서류 및 관련 자료는 대통령령에 위임해 이를 추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도시정비법 혹은 그 위임에 따른 시행령에 명문의 근거 규정 없이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 확보 내지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 등 규제의 목적만을 앞세워 관련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이어 속기록에 대해 회의록이 진정하게 작성됐는가는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참석자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이 담긴 속기록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나아가 도시정비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인 관련 자료범위를 해석하고 그 위반을 이유로 하는 형사처벌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그에 관한 법령의 명시적인 위임 근거가 없는 정비사업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및 그 하위 지침에 기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시했다.

그러면서 결국 구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제3, 현행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속기록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는 자금수지보고서에 관해서도, "도시정비법상 결산보고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자금수지보고서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자금수지보고서가 결산보고서와 불가분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으며, 법령의 명시적인 위임 근거가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나 그 하위 지침에 따라 도시정비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인 관련 자료범위를 해석할 수 없으므로, 자금수지보고서가 결산보고서의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형사처벌의 근거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하에서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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