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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보고서③] 이문원 변호사 “혐오표현 규제도 표현의 자유 위축 고려 신중해야”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사전검열 요소로 위헌성 상당하다"

변협‘2021년도 인권보고대회’에서 이문원 변호사가 ‘표현의 자유,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한국법률일보] 국가인권위원회의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온·오프라인의 두 곳 중 한 곳에서라도 혐오표현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비율은 70.3%로 산출됐다. 2019년 조사 결과인 64.2%와 비교할 때 6.1%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혐오표현의 경험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혐오표현이 발생하거나 심화하는 원인에 대해서 우리사회의 구조적 차별이 혐오 표현으로 드러난 것이다라는 항목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86.1%로 가장 높았다. 특히 혐오차별에 대한 대응 정책 중 정치인 언론이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표현이나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90.3%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16일 대한변호사협회회관 대강당에서 표현의 자유재산권을 주제로 한 ‘2021년도 인권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표현의 자유,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이문원 변호사는 혐오표현에 대해 일반적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특징(인종이나 성별, 종교, 성적 지향, 출신지 등)을 차별적, 모욕적으로 공격하는 발언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종래에는 온라인에서의 혐오표현을 규율하는 방법으로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혐오표현의 차단의무를 부과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불법정보의 유형을 명시하는 등의 입법이 시도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혐오표현의 판단자로서의 책임을 기업에 위임하게 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업이 임의로 표현의 자유 범위를 판단하고 온라인에서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억제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이 처한 지위에 따라 편향적으로 판단할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혐오표현을 차별행위로서 규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매회 국회마다 계속 발의되고 있으며 제21대 국회에서도 2020629일 장혜영 의원(정의당) 10인의 발의로 접수돼 소관위원회에 회부됐다.”"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차별행위의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에게 차별시정기본계획 수립 및 이행결과 공개의무를 부과했으며 차별행위에 관한 입증책임을 전환해 행위자가 차별의 부존재를 입증하도록 하는 규정 등을 두었다.”고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가짜뉴스 문제와 마찬가지로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가 언론활동 및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손쉬운 대응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예컨대 정부의 차별시정기본계획 수립 등은 온라인 혐오표현에 맞선 대안적 내러티브의 발굴 및 전파라는 측면에서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좋은 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차별행위에 관한 손해배상 책임에서 입증책임의 일반적 전환이나 차별행위에 대한 이행강제금의 부과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위축효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신중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20211210일 시행)은 조치의무사업자는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국가기관이 개발해 제공하는 기술을 통해서 이를 사전에 비교·식별하도록 규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변호사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정보통신에 대한 사전검열로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됐다. 요컨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법령에 따르면 다음, 카카오, 네이버 등 대형 포털사이트는 물론이고 상당 수의 인터넷 커뮤니티(디시인사이드, 뽐뿌, 루리웹 등)를 포함한 87개 사업자는 이용자가 전송·업로드하는 사진, 영상, 압축파일 등 모든 파일에 대해서 사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지정한 데이터와 유사한 촬영물인지 수초 간 비교·식별하는 기술을 적용해 불법촬영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그 전송·업로드를 허용하게 된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이어 이 개정법령은 불법 성착취물 유통으로 충격을 줬던 ‘N번방사건에서 비롯된 것인데, 정작 N번방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던 텔레그램과 디스코드는 법인이 해외에 있어서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렵다.”"사적 대화가 이뤄지는 채널인 만큼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우리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해 사전검열금지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는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실질에 따라 판단)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않은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 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변협은 2022. 2. 16. ‘표현의 자유’ 및 ‘재산권’을 주제로 한 ‘2021년도 인권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 변호사는 "이와 같은 헌법상의 기준에 따를 때 개정 전기통신사업법령은 위헌성이 상당해 보인다. 실질적으로는 국가기관이 개발해 제공하는 기술을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정보에 대해 사전심사를 거치게 되므로 허가의 주체를 행정권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개별 이용자가 전송·업로드하려는 모든 정보가 비교·식별기술에 따른 사전심사의 대상이 되며, 이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전송·업로드 등 의사표현 자체가 금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통신사업법령은)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사전검열의 요소를 모두 갖춘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상당하다. 특히, 개정 전기통신사업법령에서는 정보통신사업자가 취해야 할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국가기관이 개발해 제공하는 기술이라고만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과 내용에 따라 검열이 이뤄지는지 적절히 통제할 수단이 없고, 코드를 통한 비교·식별이 이뤄질 경우 그 결과가 적정했는지 외부에서 감시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도 시행에 따른 실효성도 의문인데, 정작 소위 ‘N번방사건에서 이용된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가 개정 법령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점만 보더라도 그 한계는 명백해 보인다.”면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령은 정작 ‘N번방사건에 대응할 수도 없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국민들의 온라인 활동에 대한 전면적 통제 우려만 증대시킨 것으로, 실제 문제의 해결과 관계없는 보여주기식 입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집회, 결사의 자유에 관해 이 변호사는 “2020년 인권보고서에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한번 다뤘다. 후속 경과로서 해당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근거해서 이뤄진 탈북민단체 설립허가 취소 사건이 있었다.”면서, "이 사건에서는 민간단체의 대북활동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이례적으로 해당 지침을 통일부 예규로 제정했다. 그리고 통일부는 탈북민단체인 사단법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사단법인 큰샘이 각각 대북 전단 살포 활동쌀과 성경이 담긴 페트병을 바다에 띄우는 활동등을 했음을 이유로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서울행정법원은 사단법인 자유북한운동 연합에 대해서는 대북전단 살포 활동과 관련해 청구를 기각했으나 사단법인 큰샘에 대해서는 청구를 인용하고 설립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했다.”며 "이와 같은 대북 관계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와 대북 단체의 표현 행위들이 어느 정도에서 허용될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의 기본권이자 자유민주적 국가 질서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특별히 중요한 지위에 있음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기본권이라도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한 개인의 자유 확장은 다른 개인의 자유 축소를 의미하므로 표현의 자유도 적정한 배분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이유는 공동체 내에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롭게 소통되도록 해 공동체의 성숙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지, 사회통합과 유대를 저해하고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파괴하거나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의 인격이 파괴되는 것까지 허용하기 위함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소통 환경의 변화로 인간과 사실의 관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인권상황은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고 있다.”"종래에 표현의 자유를 가능한 넓게 인정하는 것을 민주주의와 동일시했던 시각은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허위정보와 혐오표현의 범람 속에서 혼란을 겪게 됐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더라도 사회적 정의를 관철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대중에게 점점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러나 표현의 자유의 경계를 획정하는 일은 선악으로 간명하게 구분되기 어려우며 선한 의도로 시도되는 상당수의 법률이 우리 헌법 및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표현의 자유에 관한 보편적 국제인권규범에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측면도 있다.”"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경계돼야 하는 것은 반대의견을 정치적 진영논리로 치부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아서 귀를 막는 것이다. 자유로운 사상과 의견의 소통만이 공동체의 성숙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표현의 자유의 의의를 거듭 강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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