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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보고서②] 이문원 “허위정보·혐오표현 규제 충분한 사회적 논의 선행돼야”

"허위·조작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규율은 언론활동 위축 우려 커”

변협‘2021년도 인권보고대회’에서 이문원 변호사가 ‘표현의 자유,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한국법률일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16일 대한변호사협회회관 대강당에서 표현의 자유재산권을 주제로 한 ‘2021년도 인권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변협은 이번 인권보고대회를 통해 다양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회적 이슈를 점검하고 토론함으로써 관련 부문의 인권 수호를 위해 지혜로운 해법과 대안이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표현의 자유,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를 한 이문원 변호사는 “2021년의 표현의 자유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라고 정리를 했다.”표현의 자유는 종래에 주로 국가의 간섭,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전파할 국가 대 개인의 자유권적 권리로 다뤄져 왔다. 그런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표현의 자유 행사를 위한 제반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의 양상도 변모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호 문제만큼이나 표현의 자유 보장으로 인한 다른 권리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자유의 적정한 배분의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면서, "2021년은 소위 가짜뉴스, 혐오표현, 기레기에 대한 법적 규제를 마련하려는 움직임과 이를 규제를 빙자한 언론 탄압,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고 비판하는 세력 간의 충돌이 거센 한 해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한 정치권의 논란은 여당의 본회의 상정 철회로 일단락됐으나 유사한 취지의 입법안을 다시 한번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현재 진행형이다.”라면서, "지난 수 년간 발의와 폐기가 반복된 차별금지법도 다시 한번 논란이 됐는데,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법적으로 규제될 필요가 있는지에 관해 의견대립이 심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전통적으로 논쟁이 되어 온 쟁점도 계속 문제가 됐다. 우리 형법상 규정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등 형사처벌 조항을 둘러싸고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다.”“20213월부터 시행된 소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논란이 됐다. 소위 ‘5·18 왜곡 처벌법20201211일 본회의를 통과해 202115일부터 시행됐다. 이후 유력 대선주자가 대선공약으로 더욱 포괄적인 역사왜곡 단죄법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더 큰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2년부터 국경 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 자유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763, 201843, 201941, 202042위에 이어 2021년에도 42위를 기록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문재인 정부가 MBC, KBS, YTN 등에서 계속되던 언론분규를 해결한 점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정부가 공영방송의 인사권을 보유하고 있는 점, 명예훼손이 형사처벌 대상으로 남아있는 점, 북한과 관련한 민감정보 등을 유포할 경우 심각한 처벌을 받게 되는 점 등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변협은 2022. 2. 16. ‘표현의 자유’ 및 ‘재산권’을 주제로 한 ‘2021년도 인권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언론, 출판의 자유에 대해 이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허위정보(가짜뉴스)와 혐오표현을 들 수 있다.”면서, 허위정보와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해 헌법상 보호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로 인해 그 대상이 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허위정보와 혐오표현을 섣불리 규제하려는 시도는 자칫 민주주의 질서의 근간이 되는 자유로운 사상과 의견 교환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사회구성원의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비판과 토론이 보장돼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허위정보와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는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의미하므로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규범 하에서 어떠한 제한이 허용될 수 있는지 그 방법과 범위에 관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허위정보 관련해 이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부터 언론의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취지의 여러 입법을 추진해 정치적 논란이 돼왔다. 구체적인 입법 내용은 대표적으로 논의된 것만 살펴보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언론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취지의 신설 조문이 논란이 됐다.이 개정안은 2021927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으나 결국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아 9월 본회의에서도 상정 철회하며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이후 여야는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20211231일을 활동기한을 정해 언론중재법 외에도 정보통신망법·신문법·방송법 등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으며, 국회 본회의는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의 활동기한을 올해 529일까지로 연장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도 대선 이후로 미뤄진 상황이다.

이 변호사는 허위정보가 사회문제로 대두돼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개정안은 진실한 언론보도의 중요성을 언론사 등에 환기함으로써 언론의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면서도 "그러나 언론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은 헌법 및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는 방식은 위헌적 소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20101228일 결정에서 허위 정보 개념의 모호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 "언론기사는 사실의 적시를 넘어 의견, 평가 등이 동반되는 것으로 한 표현물 내에서 이를 명백하게 구분하기는 사실상 어려우며 어떠한 사실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종국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 이를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으로 규정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 자유권규약에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엄격하게 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는 자유권규약이 정하는 제한 사유를 적용하는 경우에 필요성과 비례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현재 추진되는 언론중재법과 같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사적 처벌의 성격을 갖는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규율하려는 것은 사적 규제의 도입을 통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기적인 대응으로서 언론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온라인상의 혐오표현과 허위정보를 일일이 규탄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한 대응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우리는 대항표현과 대안적 내러티브(정해진 시공간 내에서 인과관계로 이어지는 허구 또는 실제 사건들의 연속)를 통해 연대를 강화하고 대중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더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믿는다."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보장하되 온라인상의 혐오표현과 허위정보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허위정보를 가려낼 수 있도록 인식개선과 교육을 실시하고, 정보제공자가 자율 규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등의 장기적인 대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사회적 합의를 촉구해 온 언론 협업 5단체(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20211018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위원회를 발족하고 시민사회, 학계, 법조계, 언론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구성해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홍익표)는 올해 1198차 회의를 열고 언론현업단체들이 요구해온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그리고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성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8개 언론단체는 언론단체가 참여하는 통합형 언론 자율규제기구의 공식 출범을 위해 실무연구위원회를 발족하고 자율 규제의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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