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오는 2월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개최하는 ‘확률형 아이템 표시의무 등 법제화’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 대표발의) 공청회를 앞두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게임업체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여부를 전수 조사하고 실질적인 피해구제 등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8일 “국회와 정부는 미성년자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해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피해 예방을 위해 확률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방안을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2018년 온라인 게임회사 ㈜넥슨코리아의 국민 FPS 게임 ‘서든어택’ 등에서 확률조작 사건(서울고등법원 2019년 8월 29일 선고 2018누53070: 공정위 2020년 6월 11일 의결 2019전자3239)이 발생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유료 아이템에 대한 확률공개 등 자율 규제하도록 조치했다.
경실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2월 넥슨의 대표 MMORPG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조작 사건이 또 발생했다.”면서 “이용자들의 끈질긴 피해보상 요구에 넥슨은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며 2년 치 피해금액의 0.2~1.1%에 해당하는 게임캐시로 일부만 지급하고 실질적인 피해보상과 분쟁조정을 묵살해 이용자들의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이용자들을 기만했던 게임3사(넥슨·넷마블·NC소프트) 등 국내외 선도기업들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부의 자율규제로 인해 사행성 과금경쟁으로부터 피해구제나 이용자 보호가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전 국민이 재밌게 즐겨야 할 온라인 게임이 사행산업으로 전락하기 전에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우선 정부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등 온라인 게임회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여부를 전수 조사하고 실질적인 피해구제와 이용자 보호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넥슨은 2018년 이미 한차례 자사의 ‘가챠(무작위 뽑기 방식의 랜덤박스)’ 시스템을 조작했다가 법원의 판결과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경실련은 “그러나 넥슨은 이후에도 확률형 유료 아이템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특정 옵션의 뽑기에만 매우 낮은 확률을 설정하거나 또는 높은 확률을 제외하는 방법으로 중복조합의 확률 변수를 재설정해 기대확률을 0% 수준으로 조작해 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심지어, 뽑기 자체를 아예 배제해 특정 옵션들의 중복조합이 불가능함(소위 ‘보-보-보’ 논란)에도 ‘모든 옵션은 무작위로 재설정된다’고만 거짓 표시·광고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마치 파칭코 게임의 ‘7-7-7’처럼, 3중 가챠의 중복조합 확률이 존재한다고 기대하게 만들어 부존재 옵션 조합에 과금하도록 유인했다.”면서, “이를 미끼로 과금을 유인하기 위해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만드는 등 2011년부터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이용자들을 기만해 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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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은 표시광고법 위반논란이 되자 ‘무작위 설정’표시·광고를 즉시 삭제했다.<출처: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넥슨코리아, 2021)>(자료=경실련) |
넥슨의 이러한 불건전영업행위는 결국 2021년 자율규제와 확률공개에 의해 드러났다. 이는 <표시광고법> 위반(거짓·기만적인 표시·광고)뿐만 아니라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는 금지행위(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를 재차 위반한 것으로 과태료와 영업정지 처분 및 이용자 피해구제와 환급 조치의 대상이라는 것이 경실련의 설명이다.
경실련은 “이용자 보호와 피해구제를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공정위와 문체부는 넥슨뿐만 아니라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온라인 게임회사들의 확률조작 여부를 전수 조사해 이용자 피해에 대해서는 반드시 시정명령을 통해 전액 환급하도록 조치하고, 자사의 게임캐시 결제관리가 불투명하다고 자백한 넥슨코리아의 고객 매출채권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해 회계감사나 특별세무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국회와 정부는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를 재고하고 피해 예방을 위해 확률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방안을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자율규제 덕분에 게임산업의 현대식 과금 모델과 유료 콘텐츠 확산에 한때 기여한 공이 있지만, 자유경쟁 속에서 무법천지의 확률형 뽑기 아이템과 사행성 과금 경쟁에만 매몰돼 이용자 보호와 피해구제를 소홀히 하고 피해 확산을 키워온 과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을 선도해왔던 국산 MMORPG 게임의 이용자 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이용자 효과가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과 땔 수 없는 사행성 과금 경쟁과 한계효용에 대해서 다시금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해외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 동향을 소개하면서, “국내와 달리, 최근 해외에서는 자율규제를 철회하고 미성년자 등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양도·환금·교환 가능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도박으로 규율해 이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등 사후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점에 우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역시 미성년자 등 이용자 보호와 피해 예방을 위해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온라인 게임 산업의 콘텐츠 진흥과 건전한 경쟁을 위해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제한하는 등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확률형 아이템 기반의 게임캐시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뿐만 아니라 카지노 게임머니 교환, 가상자산 스왑 등 전자금융거래도 가능한 신종 게임코인(예를 들면, 최근 먹튀 논란이 됐던 ‘위믹스’와 같은 블록체인 P2E [Play to Earn] 기반의 NFT [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및 DeFi [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 금융])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건전성·유동성 리스크 검사를 시행해 사행성 금융업과 이를 통한 자금세탁 등 ‘그림자 금융’의 실태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제한이나 금지 여부까지도 적극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끝으로 “국회와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게임사들의 확률 조작여부를 철저히 전수 조사해 실질적인 피해구제 더욱 힘쓰고, 아울러 공청회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이용자에 대한 법적 보호와 피해 예방을 강화하는 규제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만 할 것”이라며 “이용자 보호 없이 게임산업의 부흥은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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