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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훔쳤지?” 9세 여아 옷 뒤져 신체수색죄로 기소된 서점주인···국민참여재판서 ‘무죄’

법원 “피해자의 승낙에 따른 것이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 위법성 없다”
[한국법률일보] 서점에서 9세 여아가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해 아동의 옷 주머니 등을 뒤진 30대 여성 서점주인이 신체수색죄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A(’85년생 여성)20201218일 오후 311분경 자신이 운영하는 대구 북구의 한 서점에서 B(9세 여성)양이 문구류인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해 B양을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서점 구석의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A씨는 서점 구석의 테이블 앞에 B양을 세워두고 자신은 의자에 앉아 B양에게 내가 널 왜 불렀게? 내가 CCTV 보고 있었는데 네가 펜 훔치는 것을 봤다. 저 펜 훔쳤잖아라고 말하면서 겁에 질려 있는 B양의 패딩 점퍼 주머니와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져 그 안에 펜이 들어있는지 확인했다.

이후 서점의 펜 재고를 확인한 A씨는 B양이 펜을 훔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B양에게 ‘CCTV 영상을 보고 펜을 가져간 줄로 오해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사과한 후 귀가시킨 뒤 B양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앞선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과했다.

검찰은 A씨를 신체수색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A씨 및 변호인은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지는 것을 승낙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피고인이 피해자가 펜을 훔친 것으로 생각해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진 것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가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해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로서 위와 같은 오인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고, 위법성 또는 책임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에는 고의나 위법성 또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형사11(재판장 이상오 부장판사, 이경한·이원재 판사)는 초등학생의 신체수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21고합456)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의 배심원 7인은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

재판부는 판결이유에서 먼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구성요건이든 객관적 구성요건이든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고, 검사는 피고인이 위 법성조각사유를 주장하는 때에는 그 부존재에 대해 증명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녹화된 CCTV 영상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어 멘토스를 꺼내기 전에 피해자에게 몇 마디 말을 했고, 피해자는 이에 응해 앞서 계산한 2개의 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패딩 오른쪽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기를 꺼내는 행동을 했다. 또한, 피해자는 피해자의 모습이 녹화된 CCTV 영상을 본 다음 패딩 안쪽에 입고 있던 조끼의 양쪽 주머니를 뒤집어 피고인에게 보여주면서 피고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서점 점원이 피고인 및 피해자가 있는 서점 구석으로 오고 난 다음에도 조끼 주머니를 손으로 벌려 피고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피해자의 행동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나타난 것으로서 전체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살펴보아도 좋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고, 그렇다면 피해자는 적어도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해바라기센터에 출석해 한 사건 당시 피고인이 강제로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를 뒤졌다는 취지의 진술에 대해서도 CCTV를 통해 확인되는 피고인의 모습과 전혀 다르며, 피해자가 일관된 진술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등을 더해 믿기 어렵다고 보면서,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적어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보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승낙하지 않은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승낙으로 인해 형법 제24조에 따라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피고인의 수색행위는 서점에 진열된 펜이 도난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인의 재산을 지키고 향후의 도난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이 정당하다.”면서, “피고인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서점 계산대 부근에 서있던 피해자를 서점 구석에 위치한 테이블 부근으로 오도록 해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거나 피해자가 보여주는 상의 주머니 속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세 차례 정도 피해자가 펜을 훔친 것이 아닌지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모습이 녹화된 CCTV 영상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행위 태양에 비추어 보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취한 행동은 피고인의 재산을 지키려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상당한 수단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피해자의 패딩 주머니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해 출동 한 경찰관으로 하여금 피해자의 펜 절취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방법은 피고인이 실제 로 취한 방법에 비해 9세 아동인 피해자의 심리를 훨씬 더 위축시키고 향후 피해자 의 건전한 정서발달을 방해할 여지가 매우 커서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진열된 펜 1개를 몰래 주머니에 넣는 듯한 CCTV 영상만을 근거로 어린 아동을 수사관서에 신고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대응이다.”라고 덧붙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의사를 물어 피해자의 승낙을 받은 다음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를 확인했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만일 피해자가 끝까지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거절하는 의사를 밝혔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어머니가 현장에 오도록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가 제시한 바와 같이 피해자의 어머니를 현장에 오도록 하는 방법 역시 피고인이 실제 취한 방법과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쳤다는 의심 하에 피해자를 상대로 펜 절취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에 더해 피고인은 서점을 운영하는 성인 여성으로서, 9세의 어린 아동인 피해자가 실제로 서점의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피해자를 적절히 계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머니를 현장으로 오도록 한 다음 피해자가 실제로 서점의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피해자의 어머니가 받을 수 있는 정신적 충격이나 피해자가 가질 수도 있는 심한 모욕감 등에 비추어, 물건을 절취했다는 의심을 받는 피해자의 어머니를 현장에 오도록 한 다음 절취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교육적으로 반드시 합리적이고 적절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까지 고려해 보면, 검사가 제시한 방법은 피고인이 실제로 취한 방법에 비해 더욱 합리적이고 적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를 수색한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건 당시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를 넘어서는 위법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해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로 인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이전 CCTV를 통해 확인한 학생들의 의심스러운 행위는 모두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물건에 대한 절취행위로 밝혀졌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그와 같은 인지적 배경 하에서 CCTV에 담긴 피해자의 매우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고 피해자가 펜을 훔쳤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피고인이 자신이 착각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이 존재한다고 착오한 결과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와 같은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321조는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주거·신체수색죄‘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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