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 이후에 입국한 재외선거인 등이 국내에서 선거일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7일 A씨가 공직선거법 제218조의16 제3항과 제218조의29 제1항이 선거권·평등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2020헌마895 공직선거법 제218조의16 제3항 부진정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사건)
A씨는 2019년 8월 교육부의 한미대학생 연수프로그램에 선발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턴십을 하던 중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고자 2020년 1월 28일 국외부재자 신고를 하고, 재외투표 기간(2020년 4월 1일~6일)에 LA 지역에서 투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3월 30일 공직선거법 제218조의29 제1항에 따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관해 LA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 등 미국 주재 재외공관에 설치된 재외선거관리위원회의 재외선거사무를 중지하는 결정(공고 제2020-182호)을 했다.
A씨는 귀국 일정을 앞당겨 2020년 4월 8일 입국했고, 선거일인 4월 15일 자신의 주소지 인근 투표소에 갔지만 투표를 하지 못했다. 공직선거법 제218조의16 제3항에 따라 재외투표기간 개시일인 2020년 4월 1일 전에 귀국해 신고해야만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에 A씨는 공직선거법 제218조의16 제3항, 제218조의29 제1항이 A씨의 선거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0년 4월 14일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위한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을 했고(2020헌사472), 같은 해 6월 26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공직선거법(2015년 8월 13일 법률 제13497호로 개정된 것) 제218조의16 제3항 중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한 재외선거인 등’에 관한 부분(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공직선거법 제218조의16 제218조 제3항은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한 재외선거인 등은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주소지 또는 최종 주소지(최종 주소지가 없는 사람은 등록기준지를 말한다)를 관할하는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후 선거일에 해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하는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 조항은 재외투표소에서 선거권을 행사한 자가 국내에서 다시 선거권을 행사하는 중복투표를 방지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면서도 “심판대상 조항의 불충분·불완전한 입법으로 인한 청구인의 선거권 제한을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으며 이는 심판대상 조항으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에 비해 작지 않기 때문에 심판대상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 “현재 선거 실무를 보면, 관할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투표가 끝난 후 재외선거인 등의 재외선거인명부 등 등재번호 정보가 부착된 재외투표 회송용 봉투를 받아서 확인하고 재외선거인명부 등과 대조해 재외선거인 등의 재외투표 여부와 중복투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재외투표 기간은 선거일 전 14일부터 선거일 전 9일까지의 기간 중 6일 이내의 기간이므로(공직선거법 제218조의17 제1항 전문), 적어도 8일의 기간이 있어 이 기간 내에 선거일 전까지 투표 여부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을 상정할 수 있고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이런 방법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제218조의24 제3항에 따라 주동티모르 대한민국대사관 등 18개 재외공관에 설치된 재외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재외투표를 보관했다가 개표하는 과정에서 각 재외공관의 재외투표관리관이 재외선거인 등 중 실제 재외투표를 한 사람들의 명단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송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중복투표 여부를 확인했던 사례도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이 임박해 또는 재외투표 기간에 재외선거사무 중지 결정이 있었고 그에 대한 재개 결정이 없었던 예외적인 경우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이후 귀국한 재외선거인 등의 귀국 투표를 허용해 재외선거인 등의 선거권을 보장하면서도 중복투표를 차단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므로 심판대상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다만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 단순 위헌결정을 해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키면 재외선거인 등이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해 투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어져 법적 공백이 발생한다. 나아가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함에 있어서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이후에 귀국한 재외선거인 등에 대해 어떠한 요건이나 절차에 따라 귀국투표를 허용할 것인지 등에 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의 한도 내에서 입법자에게 재량이 부여된다.”면서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늦어도 2023년 12월 31일까지는 개선 입법을 해야 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 및 잠정적용 명령 결정을 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