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방해하는 반대집회에 대해 경찰이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긴급구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결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반대집회 주최 측에 집회의 시간과 장소를 달리할 것을 적극 권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요시위를 보호하라고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는 두 집회가 동시에 같은 장소 또는 인접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더라도, 반대 집회 측에서 지나친 스피커 소음 등으로 수요시위를 방해하거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수요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모욕 행위를 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중지 권유 또는 경고하고, 피해자 측에서 처벌을 요구하면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수사하라고 종로경찰서장에게 주문했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수요시위 주관 시민 및 활동가들은 1992년부터 30년간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시위를 진행해왔다.
이들은 약 1년 전부터 수요시위를 반대하는 집회(반대집회) 단체들이 조롱과 모욕적 언행, 대포소리 등을 사용해 집회를 방해했고, 최근에는 반대집회 단체에서 소녀상이 설치돼 있는 장소를 선점해 그동안 수요시위를 하던 장소에서 수요시위를 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집회·시위 등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집회의 정상적인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더해 인권위가 진정사건에 대한 결정 전에 긴급구제 조치를 권고해 줄 것도 요청했다.
이 진정사건에 대해 피진정인인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두 개 이상의 대립하는 집회가 신고되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단체 간 구역을 나누고 폭력 등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면서, “집회 중 나온 일부 행위나 발언을 이유로 집회를 제지한다면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인권위 상임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위원 이상철·박찬운·남규선)는 먼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8조에 따른 긴급구제조치는 진정을 접수한 후 조사 대상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 발생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진정인이나 피해자의 신청에 의해 또는 직권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 사건의 의미에 대해 “수요시위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우리 시민사회가 그 책임을 묻는 세계사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운동이며, 1992년 1월 이후 30년 이상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진 세계 최장 집회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 사건은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두 개의 집회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질 때 조정하는 문제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고 불의에 대해 책임을 구하는 세계 최장기 집회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어 “향후에도 수요시위에 대한 반대집회 측의 방해 행위가 반복될 것이 우려됨에도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집회방해가 계속될 개연성이 있고, 이로 인해 30년간 매주 같은 장소와 시간에 진행된 수요시위가 계속되지 못한다면 수요시위의 목적과 역사성을 상실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수요시위 방해에 대한 경찰의 부작위와 관련해 긴급구제 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앞으로 해당 진정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긴급구제 조치로 권고한 사항이 이행됐는지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인권위 결정에 대해 나눔의 집?일본군'위안부'역사관·정의기억연대 등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수요시위 방해에 대한 경찰 부작위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종로경찰서장은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고 불의에 대해 책임을 구하는 세계 최장기 집회’인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보호를 위해 ‘인권의 기본원칙’에 따라 현장에서의 인권침해, 방해 행위를 온전히 해소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이전기사 :“시립무용단 뽑아줄게” 제자 속여 4천2백만원 편취 50대 겸임교수…징역형 집행유예
다음기사 :공정위, 대리점에 의류상품 운송비 떠넘긴 ‘패션그룹형지’에 ‘과징금 1억1,2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