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 내 주차 구역 혹은 통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불법 주차 차량에 보복을 가했다가 역으로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생각 없이 빈자리에 잠시 주차했다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해를 당하는 경우까지 주차로 인한 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에 나온 보복 주차 관련 대법원 판결을 소개합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씨는 서울 노원구 B에 있는 C성북공장 인근 공터(이하 ‘이 사건 장소’라고 한다)에 자신이 운행하는 E BMW차량(이하 ‘피해 차량’이라고 한다)을 주차하였습니다.
(2) D씨는 평소 자신이 굴삭기를 주차하는 이 사건 장소에 피해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가 나, A씨가 위 차량을 이동할 수 없도록 차량 앞에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뒤에 굴삭기 크러셔를 바짝 붙여 놓아두었습니다. D씨는 당시 피해 차량이나 굴삭기에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놓지도 않았지요.
(3) A씨는 피해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이 사건 장소에 갔다가 차량 앞뒤가 장애물로 막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장애물을 치우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 차량을 운행하여 빠져나가려고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습니다.
(4) 결국 A씨는 112 신고를 해 출동한 경찰관 2명과 함께 장애물을 제거해 보려고 하였으나 역시 실패하였고, 차량 운행을 포기하고 이 사건 장소를 떠났지요.
(5) D씨는 이후 이 사건 장소로 가 A씨의 차량 뒤에 놓아두었던 크러셔를 제거하였고, A씨는 약 17~18시간 동안 피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었습니다.
(6) 이에 D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관련 법규부터 살펴보도록 하지요.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에서 ‘기타 방법’이란 형법 제366조의 규정 내용 및 형벌법규의 엄격해석 원칙 등에 비추어 손괴 또는 은닉에 준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재물 등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거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 등 참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인지는, 재물 본래의 용도와 기능, 재물에 가해진 행위와 그 결과가 재물의 본래적 용도와 기능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가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인(D씨)이 피해 차량의 앞뒤에 쉽게 제거하기 어려운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바짝 붙여 놓은 행위는 피해 차량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에 충분합니다. 비록 피고인(D씨)의 행위로 피해 차량 자체에 물리적 훼손이나 기능적 효용의 멸실 내지 감소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A씨)가 피고인(D씨)이 놓아 둔 위 구조물로 인하여 피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일시적으로 본래의 사용 목적에 이용할 수 없게 된 이상,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법무법인(유한) 강남 박관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