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을 넘어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다녀온 인천지방법원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 반소매를 입은 사람보다 긴소매를 입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및 뉴스에서 논쟁거리가 된 ‘신림동 빌라 전세 사기’ 사건은 신림동 고시촌에서 신탁 등기된 빌라를 사회경험이 일천한 취업준비생, 신혼부부 등이 잘못된 방법으로 전세 계약을 맺음으로 인해 그 빌라의 입주민들이 불법점유 상태가 되어 보증금은 고사하고 강제 퇴거당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신림동 빌라 전세 사기' 사건은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의 전세금 구제 방안은 없는 실정입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 근처 빌라 주변 건물과 비교해서 크고 깔끔한 외관에 취업준비생 A씨, 직장인 예비신부 B씨, 사회초년생 C씨는 해당 빌라를 전세로 계약하게 됩니다.
3명 모두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부동산 등기도 확인하였습니다. 취업준비생 A씨는 보증금 8천만 원에 월세 15만 원, 직장인 예비신부 B씨는 전세 2억 3,850만 원(이중 2억은 대출), 사회초년생 C씨는 전세 1억에 해당 빌라에 각각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위 세 사람은 전세금을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해 주택 보증보험에도 가입하고 해당 빌라에서 생활을 이어나가던 중 지난 9월 해당 빌라 전체 세대에 날아든 협조문 하나에 평온이 깨졌습니다.
해당 협조문은
“현재 불법점유 중이며, 퇴거하지 않으면 명도 소송(권한이 없는 자에게 부동산을 인도받기 위해 하는 소송)이 진행된다.”
라는 내용으로 3명 모두 퇴거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위 3명이 전세 계약 당시 계약금을 걸고 알게 된 ‘신탁 부동산’이라는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데요.
신탁된 부동산은 집주인이 아니라 ‘신탁회사’에 소유권이 있는 상태로 집주인 마음대로 임대차 계약을 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은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 간의 계약이지만 ‘신탁 부동산’의 경우 집주인이 아닌 부동산 신탁회사와 세입자(임차인)가 계약을 해야 정상적인 임대차 계약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단 임대차 계약 권한 ‘위임장’이 있다면 집주인과 계약 가능함, 위임장의 유효 여부는 신탁회사에 확인이 필수적)
피해자들은 공인중개사에게 위와 같은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위 3명은 전세금 반환을 보증받기 위해서 전세 보증보험에도 가입해 놓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불완전한 계약이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라는 입장을 표명해 보험금을 납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잘못 끼워진 첫 단추에 전세 보증보험도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위 사건에서 집주인에게는 사기 혐의는 성립될 가능성이 크고, 공인중개사 과실 또한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만, 실효적인 피해자들의 전세금 구제 방안은 없는 실정이기에 전세 계약 시 신탁 부동산 여부와 위임장이 있더라도 신탁회사에 위임장의 유효 여부를 꼭 확인하셔야 위와 같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강남 박관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