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개발 조합이라고 하면 비리와 부패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사업지연을 떠올리곤 하는데, 전형적으로 이에 해당하는 조합이 서울 강북에 있었다.
그 조합은 동대문구에 위치한 제기4구역 재개발 조합으로, 이 조합은 2006년 10월 조합설립인가 후 이주, 철거까지 진행되다가 2013년 5월 대법원에서 조합설립무효판결을 받고 조합이 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조합 해산을 주도했던 세력이 조합을 장악했고 조합원들 간에는 고소, 고발이 끊이지 않아 갈등이 극에 달하던 현장이었다.
조합은 그 후에 다시금 2016년 3월 창립총회를 개최해 조합을 설립하기는 하였지만, 이ㅇㅇ조합장이 사업관련 비리로 구속되고 해당 사건이 KBS 9시 뉴스에 보도가 될 만큼 조합은 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로 인해 2019년 1월 조합장이 해임되고 직무대행체재로 들어가면서 복잡한 권리관계와 사업지연으로 조합원들의 불만이 가득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뉴스로 접하는 안 좋은 조합의 면모들을 종합세트로 연이어 보여주면서 희망이 안 보이는 그런 조합들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2019년 5월 이교현 조합장이 취임해 조합 사업을 정상화하면서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주변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오늘 직접 기자가 탐방해 확인하게 되었다.
다음은 이교현 제기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고, 마지막에는 부지점장과 준법지원부 팀장으로까지 근무를 하셨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연유로 재개발 조합장이라는 어려운 일을 맡게 되셨는지요.
▶ “은행에서 퇴직을 한 후 처음에는 조합의 이사로 조합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前 조합장이 뇌물죄로 구속되고, 조합이 설립무효가 되고 조합원들 사이에 항상 시끄러운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공부하고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재개발에 대해 계속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전 조합장이 해임이 되면서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제가 은행원 출신으로 본점과 지점에 근무하면서 수십 년 동안 다양한 행정과 법률문제 그리고 조직관리에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저를 추천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도 고민 끝에 저의 보잘 것 없는 힘이지만 우리 조합을 위해 기여하고 이를 통해 많은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합장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Q. 맨 처음 조합장으로 당선되고 나서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 “조합장으로 당선되고 조합 내부를 살펴보니, 조합업무는 관련규정을 무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처리되고 있었고 관련 서류나 근거자료들이 전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조합의 정비업체는 126억 원이나 되는 용역비를 청구하는 등 조합의 입장에서는 악재가 겹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정비업체의 입김에서 벗어나 조합의 이익을 위한 집행부를 만드는데 주력하면서 조합업무를 체계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존 조합장을 해임시켰던 분들이나 조합을 무효화시키셨던 분들의 입김도 막강해 조합에 각종 부당한 요구가 들어오고 있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재산과 권리를 지켜내겠다는 단단한 마음의 각오와 전문가 수준의 도시정비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였습니다.
하루하루가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었고, 조합을 간섭하는 세력들로부터 조합 사업을 지키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 신속하게 조합 사업을 진행해 시공사로 현대건설이 선정되었고, 현재는 조합원 분양신청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합원님들의 의견을 반영해 잘못되었던 설계를 고쳐서 30평형대를 늘리는 조치도 취하고 있는 등 조합원님들의 의견이 조합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조합장님, 제기4구역 조합은 구 조합과 관련해 매우 복잡한 권리관계가 있어 법률적 지식이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 “현 조합은 구 조합이 해산된 이후에 다시 만들어진 조합이다 보니 구 조합과 여러 법률적 문제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구 조합은 이미 시공사로부터 200억 원이 넘는 금원을 빌려서 사업을 진행하다 중간에 해산되었기 때문에 취득한 재산의 문제나 빌린 돈의 변제,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지출된 금원의 부당이득문제 등 매우 복잡합니다.
다행히 제가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법적문제를 처리하는 여신관리팀에서 근무할 때 부도가 난 회사의 법정관리 및 화의 문제도 다루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때 국내 대형로펌의 자문을 받으면서 습득한 법률 지식이 기초정도는 되어 조합의 법률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세법이나 도시정비법의 세부조항은 너무 기술적인 부분이 많아서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면서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조합장직을 마치게 되었을 때쯤에는 정비사업과 관련해서는 부끄럽지만 어느 정도는 전문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쉽네요, 그 지식이 너무 아까울 것 같은데요. (웃음)”
Q. 조합장님으로 일을 하시면서 이전에 은행에서 근무하시던 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특히 운영하시면서 기본원칙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 “조합장으로 업무를 하면서 이전에 은행에서 근무할 때를 떠올리곤 합니다. 즉, 원칙은 똑 같다는 것이지요. 은행에서 예금자들의 돈을 소중히 여겨야 하듯이, 조합에서는 조합원님들의 재산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공정하게 깨끗하게 운영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다만, 조합장으로 근무하면서 한 가지 더 생기게 된 원칙이 있는데요. 이는 조합사업은 여러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하는 곳이고, 이를 공평하게 잘 조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 생각이 일방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생각 역시 그러합니다. 결국, 다양한 의견들을 골고루 조화롭게 반영해 멋진 교향곡을 만들어야 하는 고독한 의사결정권자가 바로 조합장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조합원님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나 꼭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신지요.
▶ “조합장과 조합 집행부를 믿고 지지해준 조합원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부 조합원들이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며 비난할 때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응원을 해주시면 없던 힘도 다시 나곤 합니다. 이제 저는 제기4구역을 강북에서 고품격 프리미엄 주거지로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합원님들에게 희망과 기쁨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