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근로복지공단이 체당금을 초과 지급했더라도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없고 초과 지급분 환수로 인해 근로자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된다면 이를 환수할 수 없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이 체당금을 잘못 산정해 임금체불 근로자에게 초과 지급한 체당금을 환수한 처분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최근 이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체당금은 근로자가 기업 도산 등으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경우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한도 내에서 우선 지급해 주는 급여로, 기업이 도산한 경우 지급하는 일반체당금과 도산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하는 소액체당금 제도로 구분된다.
‘소액체당금 제도’는 6개월 이상 가동된 사업장에서 임금 등을 못 받고 퇴직한 근로자가 퇴직 후 2년 이내에 체불사업주를 상대로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받고, 이어서 1년 이내에 지급청구를 하면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임금을 지급하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다. 임금채권보장법 제7조제1항 제4호에 따른 소액체당금의 상한액은 2017. 7. 1.에 시행된 ‘체당금 상한액 고시’에 따라 기존 3백만원에서 4백만원으로 인상됐다.
A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기업체에서 근무하다가 만 60세에 퇴직했으나, 기업체로부터 임금 185만 원, 퇴직금 279만 원, 기타 30만 원 등 총 494만 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이에 A씨는 2017년 8월 근로복지공단에 소액체당금을 청구해 상한액인 400만 원을 우선 지급받았다. 이어 지난해 1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의 확인을 받은 후 일반체당금 64만 원을 지급받았다.
같은 해 2월에는 사업주의 재산에 대한 법원 배당절차에 참여해 지급받은 소액체당금 400만 원과 일반체당금 64만 원 등 464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30만 원을 배당받았다.
그러나 공단은 “퇴직 당시 A씨의 연령에서 받을 수 있는 일반체당금 상한액을 넘어 먼저 지급한 소액체당금 400만 원을 공제하면 일반체당금 64만 원을 초과 지급했다.”면서, 올해 3월 A씨에게 부당이득금 환수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근로복지공단이 처음부터 일반체당금 64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법원 배당절차 시 나머지 체불임금 94만 원을 모두 변제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환수처분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씨가 공단으로부터 일반체당금 64만원을 초과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 일반체당금 지급 과정에서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점 ▶ A씨가 공단의 체당금 지급절차와 지급금액을 신뢰해 이미 지급받은 소액체당금을 제외하고 남은 체불임금만을 법원절차에서 배당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공단의 환수처분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국민권익위원회 허재우 행정심판국장은 이번 행정심판 결정에 대해 “법에 일률적으로 환수처분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라도, 그로 인해 근로자가 받게 될 피해 등 개별적인 사정을 살펴서 업무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