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복장 강제 등에 의한 인권침해 진정사건’에서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법인택시 기사 지정복장 착용 의무화 및 불이행시 과태료 10만원 부과 규정은 법인택시 기사들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서울시에 관련 명령 철회를 권고했다.
A씨 등 택시기사 5인은 서울시가 2018. 1. 1.부터 법인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지정복장 착용을 의무화하고, 택시기사가 지정복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10만원의 처분을 부과하겠다는 사업개선명령을 하자, 이는 개인에게 보장된 복장의 자유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2014년부터 택시서비스 개선과 택시 운수종사자들에 대한 신뢰감 회복을 위한 복장 개선방안이 논의되었으며 택시업계에서도 승차복 착용 의무화를 요청하기도 했다.”면서,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신뢰감 회복과 택시업계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2017년부터 택시운수종사자 복장개선 지원예산으로 16.1억 원을 편성해 법인택시 지정복장 지원명목으로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전액 교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 예산으로 복장을 지원한 법인택시 기사는 지정 승무복장을,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해 복장을 착용하는 개인택시 기사는 권장복장을 착용하도록 했다.”면서, “승무복장 착용은 택시서비스의 기본요소 중 하나다. 승객입장에서 법인택시는 개인택시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대감과 신뢰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법인택시 운수종사자에게는 소속감과 직업의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규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동법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근거로 사업개선명령을 통해 법인택시 운수사업자에 대한 복장 및 과태료 부과규정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서울시장, 운송사업자, 택시 운송가맹사업자가 정한 복장’(지정복장)을 착용할 의무가 부과되었으며, 법인택시 기사가 지정복장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는 운송사업자에게 과징금 10만원 또는 운행정지(1차 3일, 2차 5일)를, 운수종사자에게는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할 수 있게 되었다.
인권위 조사결과, 현재까지 지정복 미착용을 이유로 한 피진정인의 과태료 부과는 없었으며,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승무복을 지원하는 곳은 울산광역시와 서울특별시 2곳이었다. 울산광역시의 경우 지급한 승무복을 착용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과태료 처분 규정은 없었고, 서울시 버스기사의 경우에도 복장을 지정하는 규정이나 과태료 규정은 없으며, 버스기사들은 각 운수 업체에서 지급하는 복장을 입는 경우가 있다.
이 사건을 심의한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위원장 정문자, 위원 한수웅·김기중)는 먼저 “서비스업 근무자들에게 지정된 복장을 입도록 유도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서울시가 지정복장제와 과태료 규정을 만든 것은 수준 높은 서비스 제공, 직업의식 함양, 택시 이미지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인권위는 “택시 이미지 개선이라는 정책 목적과 관련한 이슈들은 택시 승차 거부나 난폭 운전, 요금 문제가 핵심”이라면서, “더군다나 법인택시 기사보다 그 수가 많은 개인택시 기사들은 정책 대상에서 제외하는 점을 고려할 때, 법인택시 기사들에 대한 지정복장 의무화만으로는 택시 이미지 개선이라는 정책 목적의 유의미한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불량한 복장을 규제’하는 네거티브(Nagative) 방식의 규제도 가능한데, 지정된 복장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또한 “‘복장 자유화를 통하여 전체적인 서비스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견을 표명한지 5년여 만에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규제완화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못한다.”면서, “지정복장을 착용하지 않는 경우 행정벌인 과태료를 부과하는 사례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찾을 수 없고, 유사업종으로서 공공성이 비교적 강한 서울시 버스기사의 경우에도 시행하고 있지 않은 매우 강력한 수단이다. 서울시는 택시기사들이 통일된 복장을 착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서울시 버스기사의 사례와 같이 사업장 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도록 하거나 울산시와 같이 권장사항으로 유도하는 방법이 가능하였음에도 복장 미착용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는바 이는 피진정인의 지정복장제 및 과태료 규정을 통하여 달성되는 정책 목적인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 하는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서울시가 사업개선명령을 통하여 법인택시운수종사자 복장을 강제하고 지정복을 착용하지 않았을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한 것은 당초 계획한 정책과 운영 현실 모두를 고려하였을 때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서울특별시장에게 “사업개선명령 중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들에게 지정된 복장을 입도록 의무를 부과하면서, 지정복장을 입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명령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올해 6월 중순까지 지정복장제를 위반 시 과태료 10만원 부과 규정을 삭제하고, 불량복장 규제 과태료는 유지하는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