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오늘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시작하는 저희들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하여 귀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임관하여 28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법정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갈등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름의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만 늘 저의 부족함에 부끄러워했습니다. 부족한 제가 이제 헌법재판관이라는 새로운 소임을 맡게 되어 그 막중한 책임에 걱정과 두려움이 앞섭니다.
헌법재판소는 1988년 설립된 이래 지난 30년간 치열한 정치․사회적 갈등 상황에서도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에 힘입어 헌법질서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사명을 묵묵히 수행하여 왔습니다. 지금 국민들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와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이제 헌법재판관으로서,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에서만큼은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국민의 편에 서서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에 더욱 세심히 귀 기울여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정의와 가치가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소득 양극화, 성 평등, 난민 문제 등 많은 영역에서 다양한 가치가 극단적으로 표출되어 갈등을 일으키는 시대상황 가운데 서로 다른 정의에 대한 관념들 속에서 최대한의 교집합을 공정한 절차에 따라 찾아가겠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갈등의 원인을 찾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탐구해 나가겠습니다. 헌법재판을 통하여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헌법질서를 구현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시대상황 속에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진정한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치적․이념적 대립 속에서도 헌법재판관으로서 오로지 헌법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고, 입헌민주주의 수호의 의지와 용기를 바탕으로 헌정질서 정립에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저의 부족함과 이러한 다짐에 따라 가는 길이 지난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을 받는다면, 제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가는 길이 우리 국민과 미래 세대를 위한 기본권의 충실한 보장과 헌정질서 정립에 가까이 닿을 것으로 믿습니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께서 저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충언과 진심어린 격려를 해 주실 것을 간절히 희망합니다.
다시 한 번, 제가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8년 9월 21일
헌법재판관 이 은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