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대법원장님과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대법관으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며 사법부를 지탱하여 온 동료 법관들과 법원직원들이 계셨기에 부족한 제가 이 영예로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법원 가족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각오를 간략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그동안 마음속에 가져온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재판’이라는 믿음을 대법원에서도 올곧이 지키겠습니다. 이곳의 법정에서 국민들을 직접 만날 기회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만, 저는 재판기록에 나타난 사람들의 간곡한 이야기를 가볍게 지나치지 않고 정성을 다해 들을 것입니다. 작은 사건에서도 절실하게 진실과 정의를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평범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정의를 찾아주기 위하여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1심과 2심의 동료 법관들이 고뇌하며 재판한 결과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을 것입니다. 판결문에 담긴 동료 법관들의 생각과 고민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고, 견해를 달리할 경우에도 겸허한 자세로 대법원의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우리 사법부는 지금 국민들로부터 어느 때보다 극심한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27년 동안 사법부의 일원으로 살아온 저 또한 그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재판, 좋은 법원을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법원, 사건 처리에만 급급한 법원이라는 말이 아직도 잦아들고 있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해 온 우리 법관들과 법원직원들의 마음속에는 억울함과 섭섭함이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현재의 위기를 변화의 힘으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저를 비롯한 대법원과 전국 법원의 동료 법관, 법원 가족 모두가 새롭고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다시 국민만 바라보며 좋은 재판, 법과 양심에 어긋남이 없는 재판을 계속해 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저 또한 추상적 이념이나 어려운 법리를 선언한 대법관이 아니라 한 건 한 건의 기록에서 만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진실한 이해와 배려로 정성을 다한 대법관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국민들의 신뢰와 애정을 다시 찾는 시작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쁘신 가운데에서도 취임식에 참석하여 주신 대법원장님과 대법관님들을 비롯한 법원 가족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아울러 이 자리를 함께하지 못하였지만 격려를 보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8. 8. 2.
대법관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