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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첫 공판 전에 국선변호인 결정 안한 건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 침해”

대법원장에게 ‘국선변호인 선정절차 지연 않도록 재발방지 사례전파·교육 필요’ 의견표명
[로팩트 손견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피고인이 재판부에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했는데도 재판부가 제1회 공판기일 전까지 국선변호인 선정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 권고) 1항에 따라 대법원장에게 피고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할 경우 제1회 공판기일 이전에 선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각급 법원에 사례 전파 및 관련 절차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형사소송법 제33(국선변호인) 2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모씨는 201611월의 재판 전에 국선변호인 선임장을 법원에 제출했으나, 담당 판사가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다가 재판 당일에야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자고 하자 불이익을 우려해 재판 진행에 동의했다. 그런데 이후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 됐고, 선고공판 당일에야 국선변호인을 선정 받았다.

이에 김씨는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부당하다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김씨의 주장에 대해 담당 김 모 판사는 진정인이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상의 법원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진정인이 공소사실을 인정, 증거에 동의했으며, 피해자와 합의도 끝나 양형과 관련한 구체적인 주장 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진정인은 법정에서도 국선변호인 필요사유를 확인했으나 특별한 사유가 없어 선정청구를 취하하겠다고 해 국선변호인 선임 없이 공판을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형사소송법 제33(국선변호인) 1항은 ‘1. 피고인이 구속된 때 2.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때 3. 피고인이 70세 이상인 때 4. 피고인이 농아자인 때 5.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 6.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진정인은 수급자증명서 등 소명자료와 함께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했으나, 담당 판사가 제1회 공판기일 전까지 선정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재판 당일 진정인에게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유지할 것인지 의사를 물어 취하하게 한 뒤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위원장 정상환, 위원 장애순·조현욱)재판부의 이 같은 행위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국선변호에 관한 예규에서 규정한 절차를 위반한 행위로서 헌법 제12조 제4항에서 보장하는 국선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를 침해한 행위이며 적법절차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대법원장에게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의 경우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사항은 재판에 포함돼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1항의 조사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진정인의 청구를 각하하지만, 피고인에게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절차적 기본권 성격이 강하고, 특히 헌법에서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를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관행이나 제도적 개선 필요성 차원에서 검토해 대법원장에게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1항은 인권위의 조사대상으로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중등교육법 제2,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 또는 구금·보호시설의 업무 수행과 관련해 대한민국헌법 제10조부터 제22조까지의 규정에서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를 당한 사람(‘피해자’)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국회의 입법 및 법원·헌법재판소의 재판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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