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집회·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공무수행 중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 예산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는 폭력행위 등을 통해 경찰관의 신체 또는 경찰장비에 고의적으로 손해를 가한 사람을 상대로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
(경찰개혁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
이에 대해 경찰청은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의 취지를 존중해 권고안의 소송 제기기준에 맞게 소송 제기 여부 및 범위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개혁위원회(위원장 박재승)는 11일 제26차 전체회의를 개최해 ‘집회·시위 관련 손해발생시 국가원고소송 제기기준’ 및 ‘현재 진행 중인 국가원고소송에 대한 필요 조치 사항’을 권고했다고 18일(금) 밝혔다.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이 집회·시위를 관리·대응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면서, “그동안 국가가 제기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집회·시위 관련 손해배상사건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해결되어야 하고, 향후 경찰이 동종의 소송을 제기함에 있어서도 권고안의 제소기준을 준수하여야 할 것이며, 나아가 시민들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서도 권고안이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찰개혁위의 이번 권고내용 중 ‘집회·시위 관련 손해발생시 국가원고소송 제기기준’은 다음과 같은 원칙 및 원칙에 대한 예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1. 평화적인 집회·시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경찰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2. 집회 참가자에 대한 경찰 공권력은 헌법, 경찰관직무집행법, 집시법에서 규정한 엄격한 요건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
3. 집회·시위 과정에서 공무수행 중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 예산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4. 예외적으로 국가예산에 의한 처리가 위법하거나 부적절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공법적 영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하며, 폭력행위 등을 통해 경찰관의 신체 또는 경찰장비에 고의적으로 손해를 가한 사람을 상대로 제한적으로 청구하여야 한다.
5. 국가는 경찰관 개개인의 제소 여부에 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
6. 아울러, 제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도,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가. 인적․물적 피해와 관련하여
(1)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극적 저항에 의한 손해인지 여부
(2)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
(3) 집회 참가자의 과격·폭력행위가 경찰의 대응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여부
(4) 집회·시위 과정에서의 행정법규 위반을 곧바로 집회·시위가 민사법상 불법행위가 된다는 근거로 보았는지 여부
(5) 불법 집회·시위의 고의를 곧바로 불법 집회·시위자의 폭력행위의 고의와 동일시할 수 있는지 여부
(6) 개별 행위자에게 전체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것인지 여부
(7) 손괴의 고의 없는 물리적 충돌에 의한 장비의 손상인지 여부
(8) 탈취되었다는 증거 없이 사라진 모든 비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여부
나. 집회 주최자 및 단체와 관련하여
(1) 민사상 ‘주·객관적 공동’의 범위를 넓게 적용하여 공동 불법행위의 책임을 지나치게 용이하게 인정함으로써, 집회·시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
(2) 민사상 ‘상당한 주의’의 범위를 좁게 적용하여 사용자 책임을 지나치게 용이하게 인정함으로써, 집회·시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
한편, 권고내용 중 ‘현재 진행 중인 국가원고소송에 대한 필요 조치 사항’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단순 집회·시위 참가자, 단순 집시법 위반 또는 교통방해 등의 행위자, 불법행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
2. 개별 행위자에게 전체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한 경우 개별 행위에 상응하는 손해 이외에 대해서는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
3. 집회 주최자 및 단체(단체대표)에 대해서는 손해 발생에 대한 고의와 직접적 인과관계를 특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 이에 따라 전향적 조치를 취한다.
4.위 조치들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들을 강구하여 이행한다. 특히 합의나 조정이 가능한 부분의 경우 적극적으로 임한다.
5.위 조치들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관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력한다.
현재 경찰이 진행 중인 집회·시위 관련 국가원고소송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와 2009년 쌍용차 관련 집회, 2015년 세월호 집회와 노동절 집회 등 6건이다.
경찰개혁위원회 관계자는 “독일연방법원 판례를 비롯한 해외사례 검토 및 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집회·시위의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의 손해에 대한 소송 제기기준’을 마련했고, 전체회의에서 권고안을 의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청장 이철성)은 “경찰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의 취지를 존중해 향후 집회․시위와 관련한 손해가 발생할 경우, 권고안의 소송 제기기준에 맞게 소송 제기 여부 및 범위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의 경우 사건별로 소송 진행사항을 고려해 화해·조정 등의 절차를 통해 권고내용에 부합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이를 위해 유관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