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17세 미만의 외국인이 국내 체류자격 관련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국을 금지하는 관행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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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법무부장관에게 법적 근거 없이 과태료 미납을 이유로 미등록 이주아동 등 외국인의 출국을 막는 관행을 중단할 것과 아울러 출입국항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서면통지 등 절차를 준수하되, 불가피한 경우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근거 규정과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권고했다고 3일(목) 밝혔다.
2018년 2월 기준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출입국기록상 만 18세 미만 미등록 이주아동은 2,895명이나 국내 출생 미등록 아동은 단속 및 강제퇴거에 대한 우려로 인해 출생신고 및 외국인 등록 기록이 없어 그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이주아동권리보장법 제정 추진 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월말 기준으로 국내 거주 이주아동은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 중 약 2만 명은 정부로부터 적법한 체류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추정된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제79조에 따라 17세 미만인 외국인이 체류자격 부여나 체류기간 연장허가 등 신청을 하지 않으면 부모 등 보호자에게 신청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위반 시 1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며 이를 미납하면 과태료 대상자인 부모 등 보호자와 해당 이주아동에 대해 출국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에 대한 출국정지는 출입국관리법 제29조 및 제4조에 따라 형사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징역형이나 금고형 집행이 끝나지 않은 사람, 일정금액 이상 벌금 혹은 추징금을 내지 않은 사람, 일정금액 이상의 국세, 관세 또는 지방세를 정당한 사유 없이 내지 않은 사람, 그밖에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 또는 경제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등의 경우에 가능하며, 출국정지를 하더라도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행정질서벌인 과태료 미납은 외국인의 출국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과태료 미납자는 이주아동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이유로 미등록 이주아동 등 외국인의 출국을 막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국제인권협약과 국제관습법에서 보장하는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과태료 부과·징수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16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에 따라 과태료의 원인, 과태료 금액과 적용 법령, 의견 제출 기한 등을 서면으로 알려야 하나, 출입국항에서는 담당공무원이 구두로 통보하거나 메모지에 과태료 금액만 적어주는 등 서면통지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인권위는 “비록 미등록 외국인에 대해 미리 서면통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출국을 몇 시간 정도 앞둔 상황에서 과태료 부과 및 납부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서면통지 등 절차를 준수하고 불가피할 경우 처리할 수 있는 근거 규정과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인권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법적 근거 없이 과태료 미납을 이유로 출국을 불허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행정이 보다 인권친화적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