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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피압수자에 영장 기재사항 제시 원칙” 첫 판결

'압수ㆍ수색영장 집행시 단순히 영장을 보여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돼'
[로팩트 신종철 기자] 수사기관은 피압수자에게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에 필요적으로 기재하도록 정한 사항 등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최초의 판결이 나왔다.

사건은 이렇다.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는 2014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민에게 영치금, 축의금, 부의금 등의 명목으로 10회에 걸쳐 90만원의 기부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2014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정 군수는 또 그해 3월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군청에서 보관하던 지역주민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이용해 자신의 명함과 사진, 군정 홍보 문구가 포함돼 있는 초청장 4,996매를 발송한 혐의도 받았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탈법적 문서배부로 인한 선거법 위반 혐의다.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정 군수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물품을 가져가는 등 압수수색 과정에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정 군수 주장을 받아들여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일부 무죄 부분에 대한 원심 판단의 사실오인, 법리오해를 주장하는 검찰과 수사절차상의 위법 등을 주장하는 정 군수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 소법정
 대법원 제
1(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 921일 공직선거법 위반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상혁 보은군수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의 모든 상고를 기각하며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벌금 100만원 미만이 선고됨에 따라 정 군수는 군수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수사기관이 보은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함에 있어 압수수색 영장의 일부만 제시한 것과 압수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출력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는 등의 잘못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 및 이를 토대로 수집된 2차적 증거들 중 인과관계가 단절희석되지 않은 증거들에 대해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위와 같이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증거들을 제외한 나머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의 입증에 충분한 바, 위와 같은 원심의 잘못이 판결의 결과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의 제시와 관련해, 수사기관은 피압수자로 하여금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라는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형사소송법이 압수수색영장에 필요적으로 기재하도록 정한 사항이나 그와 일체를 이루는 사항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은 ,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함에 있어 수사기관은 단순히 영장을 보여주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영장에 기재된 사항을 피압수자 등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압수수색 과정에서 개인의 사생활과 재산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준항고 등 피압수자의 불복신청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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