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대통령 권한대행 기획재정부장관 최상목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2025헌라1)에 대해 2월 27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피청구인(최상목)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2024. 12. 26. 청구인(국회)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아니한 부작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국회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다.”라고 결정했다.
국회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권과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헌법적 의미를 밝힌 첫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국회의 재판관 선출권은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것이고 대통령은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사람의 임명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선별해 임명할 수 없고 다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재판관으로 선출되거나 그 선출 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임명을 보류하고 재선출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며,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그의 권한인 동시에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구성되어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할 헌법상 의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권한대행 기획재정부장관에게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 때부터 국회가 선출한 사람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 작위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이 마은혁의 재판관 임명에 관해 교섭단체 간의 합의를 확인할 수 없어 그 임명을 보류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 “국회에는 그동안 재판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재판관 3인 모두를 선출하지 않도록 하는 정치적 관행이 있었다.”고 하면서도, “교섭단체의 재판관 후보자 추천에 관해 특정한 내용의 추천방식이 관행으로 굳어졌다거나 각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특정 후보자에 대해 다른 교섭단체가 합의를 한 경우에 한해 선출하는 관행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나아가 “재판관 후보자 추천부터 본회의 의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종합해 살펴보면 교섭단체들이 재판관 후보자 추천에 관해 의견조율을 거쳐 협의 결과에 따라 국회의장에게 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하고 선출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 위해 국회의 본회의 의결이 필요한지에 관해서는 재판관들의 견해가 나뉘었다.
법정의견(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계선 재판관 5인)은 “국회가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권한과 관련해 이미 본회의 의결을 통해 그 권한 실현 의사를 결정하고 나아가 그와 같이 결정된 의사가 다른 국가기관에 의해 침해되었음을 확인한 경우에는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은 그 대표권에 기해 국회의 권한침해에 대한 방어적 행위로서 해당 국가기관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별도의 본회의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별개의견(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 3인)은 이와 같은 심판청구를 위해서는 본회의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다만, 청구인(국회)이 심판 계속 중이던 2025. 2. 14. 본회의에서 ‘이 사건 심판청구를 지지하고, 이 사건 심판청구와 그에 따른 소송행위가 유효 적법함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결의안을 가결해 이 사건 심판청구를 추인하는 의사를 결정·표시함으로써 그 절차적 흠결을 보완함에 따라 이 사건 심판청구가 사후적으로 적법하게 되었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지위확인 등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청구인은 마은혁이 재판관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거나 피청구인은 마은혁을 즉시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결정을 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청구는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마은혁에 재판관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여 달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국가기관의 부작위가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그 권한침해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일정하게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상 근거가 없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 및 제2항이 예정하지 아니한 방식의 결정을 구하는 청구인의 이 부분 심판청구는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청구로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건은 임명부작위라는 ‘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윤복남 변호사)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헌법은 헌법재판소를 유일한 헌법 해석의 최종적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과 제75조 제1항은 모든 국가기관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헌법적 의무를 지며, 즉시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은 “권한쟁의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은 국가기관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반드시 새로운 조치를 취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임명 거부를 계속하는 것이 헌법재판소법이 명확히 금지한 불법행위임을 의미한다.”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헌법재판소법이 명확히 규정한 기속력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헌법을 부정하는 중대한 위헌·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아울러 “일각에서는 마은혁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에 임명이 되면 윤석열 탄핵심판사건의 신속한 선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한다.”면서, “그러나 탄핵심판절차에서 준용되는 형사소송법 제301조 단서는 판결의 선고만을 하는 경우에는 공판절차 갱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이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임명 행위를 늦출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민변은 “이제 더 이상의 지연과 불복은 허용될 수 없다. 최 권한대행은 즉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준수하고,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면서, “만일 이를 계속 거부한다면 헌법 위반에 따른 심각한 법적 책임을 초래할 것이며, 국회와 모든 헌법기관은 물론 국민들도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