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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신호 횡단보도 건너던 80대 여성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무죄’···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 “1차로 차량에 시야 가려, 주의의무 위반 없어”
[한국법률일보] 겨울 주말 새벽 동틀 무렵에 6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적색신호에서 건너던 8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 형사5단독 한윤옥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피고인은 무죄라는 판결을 선고했다.(울산지방법원 2022. 10. 19.선고 2022고단2030)

A씨는 202225일 오전 655분경 아반떼 승용차를 운전해 경남 양산시 웅상대로의 왕복 6차선 도로를 부산쪽에서 울산방면으로 직진해 운행하던 중 전방에서 보행자 신호기 신호가 적색인 횡단보도를 걸어가던 81세 여성 B씨를 차량의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B씨는 부산대학교병원으로 응급 호송됐으나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 사고 당시 A씨는 사고 현장 도로의 제한속도인 70의 범위 안에서 주행 중이었고, B씨는 보행신호등이 적색인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사고 당시 동이 막 트는 시간대라 주변은 좀 어두웠으며 라이트를 켜고 운행하는데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자신의 차량은 2차로를 주행하고 있었는데, 1차로에서 주행하던 다른 차량에 가려져 보행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을 했으나 멈추지 못하고 충격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사고 현장 횡단보도 바로 옆에는 도로를 횡단할 수 있는 육교도 설치돼 있었다.

이 사건을 심리한 한윤옥 부장판사는 먼저 기초사실을 확정한 후 차량의 운전자로서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적색인 상태에서 정지하여 있는 차량 사이로 보행자가 건너오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지 아니할 사태까지 예상하여 그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는 대법원 2010. 7. 29. 선고 20104078 판결을 관련 법리로 밝혔다.

한윤옥 부장판사는 이어 이 사건 사고 시점이 주말 새벽 06:55경으로 인적이 드문 시간이었던 점, 피고인 차량이 횡단보도에 접근하는 동안 차량 주행 신호는 계속해서 녹색등이었던 점, 피고인은 당시 정상신호에 따라 제한속도 70km의 범위 안에서 교통흐름에 맞추어 정상속도로 주행을 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 차량에 앞서 1차로를 주행하던 별건 자동차로 인하여 피고인이 무단횡단하던 피해자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적색 보행 신호 동안에 건너편 3개 차선을 무단횡단해 와 갑자기 피고인 주행 차선에 나타나는 사람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라 신뢰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한윤옥 부장판사는 아울러 피고인 차량에 앞서 1차로를 주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정차한 사정에 대해서는 당시 1차로 차량 또한 사실상 피해자 바로 앞에서 급제동한 것인 점, 피고인 차량이 1차로 차량 뒤에 인접해 시속 70km의 제한속도 안에서 2차로로 따라오고 있었고 피해자를 바로 시야에 두었던 1차로 상의 차량과 달리 1차로 차량에 가려 피해자를 볼 수도 없었던 피고인의 입장에서 당시 짧은 시간 안에 급제동하고 있는 1차로 차량이 어떠한 상황에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측해 최선의 대응을 취하는 것을 기대하기에는 시간적으로나 반응 능력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신뢰의 원칙을 배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은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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