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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음주운항 재범 가중처벌 해사안전법 조항은 비례원칙 위반 ‘위헌’”

러시아 화물선 선장 음주운항 광안대교 추돌사고로 입법된 ‘바다 위 윤창호법’
[한국법률일보]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항을 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해사안전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019228일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 선장의 음주운항으로 발생한 부산 광안대교 추돌사고를 계기로 2020년 개정된 해사안전법 조항은 음주운전 재범자의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과 법조항 문언이 유사해 바다 위 윤창호법이라고도 불린다.

헌법재판소(재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이선애·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는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해사안전법> 104조의2 2항 중 41조 제1항을 위반해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선박의 조타기를 조작한 운항자에 관한 부분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22. 8. 31. 선고 2022헌가10)

2021년 음주운항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김모씨는 이 재판 계속 중에 해사안전법 제104조의2 2항 중 피고인에게 적용되는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고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이를 받아들여 20224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인 해사안전법(2020. 2. 18. 개정 법률 제17056) 104조의2(벌칙) 2항은 41조 제1항을 위반하여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선박직원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선박(같은 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선박을 포함한다)의 조타기를 조작하거나 그 조작을 지시한 운항자 또는 도선을 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청법원인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운항 금지 규정 위반 전력을 가중요건으로 삼으면서도 해당 전력에 관해 아무런 시간적 제한도 두지 않는다. 또 선박항행의 안전이나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 등 보호법익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낮은 유형의 재범 음주운항까지 가중처벌의 대상으로 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해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행위까지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도록 한 것이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제청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이 접수된 지 약 5개월 만에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이유에서 먼저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이라면서,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의 위반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음주운항 재범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 그런데 과거의 위반행위가 상당히 오래전에 이루어져 그 이후 행해진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해상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나 안전의식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반규범적 행위또는 반복적으로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면, 이를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그리고 재범에 대해 가중된 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후범을 가중처벌 하는 예는 발견하기 어렵고, 이는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과거 위반 전력의 시기 및 내용이나 음주운항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과 발생한 위험 등을 고려할 때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주운항 행위까지도 법정형의 하한인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치료나 음주운항 방지장치 도입과 같은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과거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하여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음주운항 행위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도한 법정형을 정한 것이라면서,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재범 음주운항자를 엄히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음주운항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화된 규정이고, 반복되는 음주운항은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가중처벌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서, “과거의 위반 전력이 상당히 오래전에 발생한 것이라도 만취 음주운항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와 같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전력을 가진 운전자가 다시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해 해상교통안전을 해하고 무고한 국민 일반의 생명·신체·재산을 위협한 경우를 초범 음주운항과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해서는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고 법질서를 수호할 수 없다는 입법자의 평가가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재량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에는 징역형 외에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돼 있고, 구체적 사건에서 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그 법정형의 하한을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상의 벌금으로 정한 것이 위헌으로 선언될 정도로 비례성을 일탈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밝혔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 사건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재범 가중처벌 규정과 유사한 구조로,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를 가중처벌하는 해사안전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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