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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군인 간 사적공간에서의 합의 성관계는 처벌 안돼"···대법원 판례 변경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과도한 제한”
[한국법률일보] 군부대 밖의 사적 공간에서 합의하에 이뤄진 동성 군인 간의 성관계는 군형법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중위와 B상사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193047)

두 사람은 20169월과 20172월 영외에 있는 독신자 숙소에서 2회에 걸쳐 항문성교 등 성관계를 했다.

군검사는 2017년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군형법> 92조의6(추행)을 적용해 기소했다. <군형법> 926항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군형법>이 영외에서 자발적 합의로 이루어진 행위에도 적용된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4년에 집행유예 1, B씨에게는 징역 3개월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쟁점은 동성인 군인들이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로 항문성교를 비롯한 성행위를 한 경우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행 규정은 2013년 개정되면서 계간항문성교로 변경됐는데 계간(鷄姦)’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간의 성행위라는 개념 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만, 현행 규정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항문성교는 성교행위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문언만으로는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이고 남성 간의 행위에 한정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현행 규정의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도출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현행 규정의 체계와 문언, 개정경위 등에 비추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인 보호법익과 함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시했다.

아울러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한 경우와 같이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두 가지 보호법익 중 어떤 것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이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대법관들은 별개 및 반대 취지의 의견을 냈다.

안철상·이흥구 대법관은 현행 규정은 적전, 전시 등 상황에서 적용되고 평시에는 군사훈련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큰 상황에서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성적 자기결정권이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고, 상호 합의 여부를 현행 규정 적용의 소극적 요소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것은 법률해석을 넘어서는 실질적 입법행위에 해당해 찬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선수 대법관도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해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도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다는 이유만으로 현행 규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별개 의견을 냈다.

조재연·이동원 대법관은 현행 규정의 문언, 입법 연혁, 보호법익, 다른 형벌규정과의 체계적 해석 등을 종합해 보면, 현행 규정은 행위의 강제성이나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제한 없이 남성 군인들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하고, 구성요건을 제한해석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관계자는 별개의견을 낸 대법관들을 포함해 다수의 대법관이 오늘날 국내외에서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반대의견에서도 현행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을 넘는지에 대한 견해를 달리해 기존 해석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을 뿐 동성 간 성행위를 그 자체만으로도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수의견에서는 합의에 따른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은밀히 이루어진 경우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사생활의 영역에 있는 행위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이고, 이러한 수사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허용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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