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법
- 행정
- 위원회
- 입법
- 법률가
- 사회·법QnA
- 경제와 법
[로팩트 손견정 기자] 대기업이 본사 앞 반대집회를 봉쇄할 목적으로 신고한 ‘알박기집회’가 후순위 신고 집회를 방해하는 것을 방치한 경찰은 헌법 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 |
2016. 5. 17.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노동자들과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기자회견 모습 |
인권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대리점 판매직원으로 근무하다 해고된 박제민 씨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6차례 현대자동차 본사 앞 인도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집회신고를 해왔다.
그런데 관할 경찰서장 및 담당지역 정보관은 회사 측 선순위 집회 신고가 있다는 이유로 사측이 박 씨의 집회를 방해하는데도 시간 및 장소 등을 분할하도록 조율하거나 보호해 주지 않았다. 이에 박씨는 경찰이 직무를 유기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인 서초경찰서장과 서초경찰서 정보계 담당정보관인 구 모 경위는 진정인의 집회신고에 대해 불허통고를 한 적이 없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소 분할을 권유해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하도록 노력했으며, 당사자 간 조율이 되지 않으면 선순위 집회 신고자에게 우선순위를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가 이 진정사건을 조사한 결과, 현대자동차측은 2000년부터 매년 365일 24시간 집회신고를 해왔으나 실제 집회를 한 일수는 2010년 7일, 2011년 9일, 2012년 상반기 0일 등 일명 ‘알박기집회’를 관행적으로 신고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진정인 박 씨의 이 사건 집회 신고 무렵에도 현대자동차측은 본사 정문 앞 좌우 측 인도 전체(약 200m~300m)를 대상으로 매일 24시간 참가인원 100명의 집회를 신고했다.
그러나 실상은 사측 직원이나 일당을 받는 용역직원 5~6명이 어깨띠를 두르고 흩어져 있다가 다른 집회시도가 있으면 선순위 집회신고를 주장하며 막아서고 폭언도 하면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등 집회를 방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6월 법원의 집회 방해금지 가처분 결정 이후부터는 현대자동차측 용역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장소이전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진정인의 피켓, 현수막 등 집회물품 앞을 가로막거나 둘러싸는 방법으로 방해했고,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 적극적인 조율 및 방해 행위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9단독 서삼희(사법연수원 32기) 판사는 현대자동차측이 자신들의 선순위 집회를 방해받았다며 진정인 등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현대자동차가 직원 및 용역을 동원해 24시간 진행하는 선순위 집회는 경비업무의 일환으로 보이고, 같은 장소에서 그 장소와 내적인 연관관계가 있는 집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타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를 배제 또는 제한하면서까지 보장할 가치가 있는 집회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무죄를 선고한바 있다.
![]() |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부분 발췌 편집) |
이 사건을 심리한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위원장 정상환, 위원 장애순·조현욱)는 “인정사실을 종합해 보면, 집회 또는 시위의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있고 그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큼에도, 피진정인들이 각 옥외집회 또는 시위 간에 시간을 나누거나 장소를 분할해 개최하도록 권유하는 등 각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서로 방해되지 아니하고 평화적으로 개최·진행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노력을 적절히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진정인들(경찰서장과 담당 정보관)은 진정인의 보호요청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집시법 상 평화적 집회·시위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진정인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다만, 피진정인들이 개정된 집시법의 입법취지와 판례의 취지를 숙지하지 못하고, 그간의 관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개별적인 책임을 묻기보다는 재발방지를 위한 업무 관행의 개선 및 직무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 이 사건 관련 법조문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약칭 ‘집시법’)
제3조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방해 금지)
③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가 방해받을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관할 경찰관서에 그 사실을 알려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할 경찰관서의 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호 요청을 거절하여서는 아니된다.
제6조 (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등)
③ 주최자는 제1항에 따라 신고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신고서에 적힌 집회 일시 24시간 전에 그 철회사유 등을 적은 철회신고서를 관할경찰관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제8조 (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
② 관할경찰관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의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있는 경우 그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면 각 옥외집회 또는 시위 간에 시간을 나누거나 장소를 분할하여 개최하도록 권유하는 등 각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서로 방해되지 아니하고 평화적으로 개최·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③ 관할경찰관서장은 제2항에 따른 권유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면 뒤에 접수된 옥외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제1항에 준하여 그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
④ 제3항에 따라 뒤에 접수된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 통고된 경우 먼저 신고를 접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수 있는 자는 집회 시작 1시간 전에 관할경찰관서장에게 집회 개최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
제26조 (과태료) ① 제8조제4항에 해당하는 먼저 신고된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제6조제3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Copyrights ⓒ 한국법률일보 & www.lawfac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