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보험계약자인 70대 노부부가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부당하게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유사한 신규 보험에 가입해 손해를 입은 이른바 ‘부당승환계약’에 대해 법원이 보험설계사와 소속 보험사의 공동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유사한 새로운 보험에 가입해 손해를 입은 고령 부부를 대리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고 밝혔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암보험과 상해보험 등 5건의 보험계약을 유지하고 있던 70대 부부 A씨와 남편 B씨는 보험설계사 C씨의 권유를 받고 2025년 3월 기존 보험계약 5건을 모두 해지하고 신규 보험계약 4건을 체결했다. 기존 보험과 신규 보험 가운데 일부는 피보험자가 동일하고 상해사망, 상해후유장해, 질병 및 수술비 등 주요 보장 내용도 유사했다.
문제는 이후 남편 B씨에게 기존 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던 사고 3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기존 보험계약은 이미 해지됐고 신규 보험에서는 해당 사고가 보장 대상에서 제외돼, 결과적으로 보험금을 전혀 수령하지 못하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A씨 부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법률구조를 신청했고,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보험설계사의 기존 보험계약 해지 및 신규 보험계약 가입 권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보험설계사와 보험사를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장 내용이 유사한 신규 보험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보험업법에서 금지하는 ‘부당승환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5호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보장 내용 등이 유사한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권유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실무상 ‘부당승환계약’이라고 하는데, 부당승환계약은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계약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 등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지되는 행위다.
이 소송 과정에서 보험설계사와 DB손해보험주식회사는 기존 보험과 신규 보험의 보장 내용을 비교해 설명했고, A씨가 직접 기존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부당승환계약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보험설계사가 기존 계약과 신규 계약의 비교 안내 확인서를 대신 작성한 사실과 기존 보험계약 해지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계약자가 직접 해지 절차를 진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부당승환계약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원고측은 기존 보험계약의 해지로 받지 못한 보험금과 계약 소멸로 발생한 손해 및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한편, DB손해보험주식회사에 대해서도 소속 보험설계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물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방법원 민사3단독 송선양 부장판사는 원고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보험설계사 C씨와 보험사가 공동하여 A씨에게 700만 원, B씨에게 9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 부부는 1심 판결을 받아들여 항소하지 않았으나, 피고 측이 항소해 현재 대전지방법원 제3-3민사부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 소송에서 A씨 부부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이기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고령의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보장 내용이 유사한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도록 권유해 손해를 입혔을 때 보험설계사와 보험회사에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보험료나 보장 내용 등을 충분히 비교하지 않은 채 기존 보험을 해지하면 기존 계약에서 받을 수 있었던 보험금이나 만기환급금 등에서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보험계약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