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억7천 무상 여론조사’ 윤석열·명태균 항소심 무죄판결 파장···“무형 용역도 정치자금 기부”라는 비판
  • 서울고법 형사7부 구회근 고법부장, 김은구·박주영 고법판사 판결에···참여연대 “어처구니 없다”
  • [한국법률일보] 2억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주고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과 명태균에게 유죄 징역형을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모두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의 항소심 판결에 대해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와 기존 헌법재판소 결정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 고법부장, 김은구·박주영 고법판사)는 10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명태균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2년(추징금 1,396만여 원)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두 사람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4년, 명 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배우자인 김건희와 공모해 제20대 대선 국면이던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총 58회에 걸쳐 약 2억7천만 원 상당의 공표·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 임지은·이재준 판사)는 “여론조사가 열 차례 넘게 반복 전달된 정황, 당사자들의 대화 내용과 이후 제21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창원 의창)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는 과정에 윤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양측 사이에 여론조사 실시·제공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존재했다.”고 판시하면서, 전체 58회 여론조사 가운데 명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직접 결과를 전달한 14회에 대해 유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윤석열 부부와 명태균 간의 여론조사 실시와 제공에 관한 의뢰나 협의 등의 의사 합치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 명태균이 윤석열 부부에게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한 것은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스스로 존재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및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자발적 영업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정치자금 기부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윤석열 부부가 명 씨로부터 받은 것은 여론 동향 등 ‘정치적 조언’에 해당할 뿐이어서 이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얻었을 수는 있으나 정치자금법이 규율하는 ‘재산상 이익’을 수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정치자금법상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7일자 ‘무상 여론조사 수수 윤석열 무죄, 어처구니 없다’는 논평을 통해 “2심 재판부의 설명과 같이 명태균이 윤석열 부부에게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한 것이 정치적 조력에 불과하다면, ‘김영선이를 해주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윤석열의 육성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이없고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공천에 개입해도,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해도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 당선인과 그 배우자가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대가로 공천과 당무에 개입해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다. 형식 논리에 기대어 본질을 외면하고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정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형사법 전문가인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도 이번 항소심 판결 직후 《2억 7천만 원 여론조사가 법정에서 0원이 되었다》는 글을 통해, 항소심의 법리 해석을 세 가지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첫째, 재판부는 “정치적 이익은 있었을 수 있으나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여론조사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설계하고 전화를 돌리고 비용을 치러야 나오는 용역이다. 다른 후보였다면 돈을 내고 샀어야 할 결과물을 대가 없이 받았다면, 그 값이 곧 재산상 이익이다. 정치자금법이 금전뿐 아니라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정치자금으로 규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명태균 여론조사의 비용을 후원자가 대신 낸 사건에서는 1심 유죄가 선고됐다. 남이 비용을 대신 내주면 불법 정치자금이고, 아예 공짜로 받으면 괜찮다는 것인가.

    둘째, 재판부는 무상 제공이 명 씨가 “스스로 존재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전제했다. 정치자금 사건에서 주는 사람의 동기가 무엇이었든 받는 사람의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법정이 따져야 할 것은 명태균 씨의 내면이 아니라 무엇이 오갔고 누가 받았느냐이다. 1심은 여론조사가 열 차례 넘게 반복 전달된 점과 당사자들의 대화 내용,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과정을 함께 살폈다. 그리고 서로의 이익을 위한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 증거들을 어떤 논리로 넘어섰는지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셋째, 시점이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자 대법원은 김건희 씨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그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항소심이 무죄라는 결론을 서둘러 내놓은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조 원장은 이어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우리 정치에 위험한 규칙이 하나 생긴다. 정치자금을 현금으로 건네면 처벌받지만, 여론조사라는 용역으로 건네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규칙이다. 브로커가 대선 후보에게 숫자를 공짜로 공급하고 그 대가로 공천을 거래하는 일이 다시 벌어져도 법은 손을 놓게 된다.”면서, “특검은 즉시 상고해야 한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서 이 법리를 바로잡아야 한다. 국회도 할 일이 있다. 여론조사처럼 정치활동에 쓰이는 용역을 무상이나 헐값에 제공하는 행위를 정치자금 수수로 명확히 규정하도록 정치자금법을 보완해야 한다. 해석이 흔들리지 않도록 입법으로 그 빈틈을 완벽히 메워야 한다. 정치자금법은 돈의 모양을 묻는 법이 아니라 이익의 흐름을 묻는 법이다.”라고 밝혔다.

    조 원장은 아울러 “무형적인 용역의 제공이라도 정치활동을 위하여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것으로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명확히 판시한 ‘서울고등법원이 윤석열 무죄의 근거로 제시한 정치자금법 3조 2항 “그밖의 이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석과 결정(2023. 10. 26. 선고 2020헌바402 결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특별검사팀이 즉각 상고할 방침을 밝힘에 따라, 윤석열과 명태균 사건 역시 현재 계류 중인 김건희 사건과 함께 대법원에서 최종적인 법리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오는 23일에는 이번 무죄 판결을 선고한 동일 재판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사건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어 그 결과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 글쓴날 : [26-10-09 01:22]
    • 손견정 기자[lawfact.desk@gmail.com]
    • 다른기사보기 손견정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