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변 사법센터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남용·법원행정처의 대법관후보추천 무력화 규탄”
  • ‘대법관 자리 대법원장 낙점으로만 채워져 인식 순간, 대법원 판결의 권위·신뢰는 추락’
  • [한국법률일보] 조희대 대법원장이 장기간 미뤄왔던 신임 대법관 임명제청을 18일 단행했지만, 그 이면에서 법원행정처가 기존 대법관 후보 추천 절차를 무효화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는 20일 “대법관 제청권 남용과 법원행정처의 추천 무력화 시도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언론은 주로 제청권 행사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더 엄밀하게 비판받고 규명되어야 할 책임과 진상의 대상은 법원행정처의 대법관후보추천 개입 사태”라고 지적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먼저 “노태악 전 대법관이 2026년 3월 3일 퇴임한 지 다섯 달 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2026년 1월 김민기·박순영·손봉기·윤성식 네 명의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지 6개월 반이 지났다.”면서, “그 사이 대법원장은 제청을 하지 않는 이유, 재판 지연을 방치하고 있는 이유를 단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앞서 민변은 지난 5개월 동안 대법관 제청을 촉구해 왔다. 2026. 5. 27.자 성명에서 “첫 번째 숙제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두 번째 숙제를 받아 든 격”이라며 즉각적인 제청을 요구했고, 8. 3.자 성명에서도 “추천위원회의 추천이 있은 지 여섯 달이 지났다”면서 다시 제청을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8. 7.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장에게 헌법상 의무의 이행을 촉구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국민들이 초조하게 제청을 기다리는 동안 법원에서는 황당한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법원행정처장인 노경필 대법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판사 네 명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해 후보추천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것에 대해 상당수 후보가 반발했다는 것”이라면서, “노경필 대법관은 이를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변명하면서 사죄도 했다고 밝혔지만, 지금 드러난 사실 만으로도 법원행정처가 종전 대법관후보절차를 무효화하는 시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변 사법센터는 “기존의 후보 추천 절차를 무효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대법원은 제청을 미루는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은 채, 그 뒤에서는 헌법기관의 인선 절차 자체를 자의적으로 원점으로 돌리려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법원조직법 제41조의2는 대법관 제청 때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같은 조 제7항은 대법원장이 제청할 때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명문으로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집중된 제청권을 절차로 통제하기 위하여 2011년 도입된 것”이라면서, “추천위원회의 의결이 대법원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되돌려질 수 있다면, 그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번 일은 추천위원회 제도를 형해화하는 시도이며, 제도 도입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법적인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제청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직무이자 의무이지,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루거나 절차를 되돌려 가며 행사할 수 있는 사적 권한이 아니다.”라면서, “다섯 달 넘게 제청을 하지 않은 것도, 그 사이 추천 결과 자체를 되돌리려 한 것도, 모두 제청권의 명백한 남용”이라고 밝혔다.

    민변 사법센터는 “최고법원의 구성을 소수의 고위법관이 밀실에서 좌우하는 것이야말로 사법의 독립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일”이라면서, “국민이 대법관 자리는 대법원장의 낙점으로만 채워진다고 인식하는 순간, 대법원 판결에 대한 권위와 신뢰는 추락한다.”고 직격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일에 법원행정처와 법원행정처장인 현직 대법관이 동원되었다는 점이다. 대법원장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무력화시킬 방법을 찾는 심부름을 하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역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법원행정처를 동원해 입맛대로 추천 후보를 바꾸고 임명까지 관철하려고 한 일련의 행태는 이러한 대법원장의 제왕적이고 독점적인 지위와 권한에 기초한다.”고 지적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현행 헌법상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이 단독으로 행사하며, 사법행정에 대한 총괄권 역시 대법원장이 가지고 있는 현실에서 시급한 제도개혁이 요청된다.”면서, “우리는 사법농단 사태를 통해 현행 제왕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구조적 병폐를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 법원행정처는 그대로 남아 있고,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을 맡는 구조도 그대로이다. 그리고 이제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구성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이번 사태를 “미완의 개혁이 불러온 퇴행”이라고 규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강력히 촉구했다.
    가.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의무 방기, 제청권 남용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무력화 시도에 대해 국민 앞에 즉각 사과하라.
    나. 국회는 법원조직법을 개정하여 대법관 제청권 남용을 통제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
    다. 국회는 사법행정권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새로운 사법행정기구를 설치하라.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 글쓴날 : [26-08-2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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