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입은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내 체류 및 취업이 가능한 현실적인 기간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인정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인 A씨(1993년 12월생)는 2018년 12월, 산업용 보호테이프 제조업체인 B법인에 입사해 생산직으로 근무하던 중, 2019년 4월, 롤러 기계에 비닐테이프를 감으면서 테이프나 종이를 붙이는 삽지 작업을 하던 중 롤러에 왼손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척골과 요골 모두의 몸통 골절과 구획증후군(손, 아래팔, 좌측)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와 장해급여 등으로 약 3천만 원을 지급받았으나, 상당 기간 노동능력 상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회복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피해회복을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법률구조를 신청하고 소송을 의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사용자의 보호의무 및 안전배려의무 위반 여부와 외국인 근로자인 A씨의 국내 취업 가능 기간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였다.
이 재판에서 B법인은 롤러 작업 시 장갑을 벗을 것을 지시하고 교육했음에도 A씨가 이를 위반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B법인이 근로자들에게 기계 작업 시 유의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고, 안전관리상태 보고서에도 장갑 미착용 관련 내용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의 노동능력 상실에 따른 일실수입과 관련해 사고일부터 체류 가능 기간인 2024년 12월까지는 한국의 일용 노임을 적용하고, 그 이후부터 만 60세까지는 파키스탄의 평균임금을 적용해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실수입’은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피해자가 잃어버린 장래의 소득을 말한다.
이 사건 1심을 심리한 창원지방법원 민사7단독 박미선 부장판사는 원고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B법인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행위가 불법행위임을 인정하고, 위자료 및 일실수입 등으로 22,341,454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국내 취업 가능 기간을 2024년 12월까지로 보았다.
이후 B법인은 사건의 책임이 A씨에 있다며 항소를 제기했고, A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청구금액을 증액하는 부대항소를 제기했다. ‘부대항소’는 항소심에서의 부대 상소로 독립적으로 항소하지 않고 상대편의 항소에 덧붙여서 항소하는 것을 뜻한다.
이 사건 항소심을 맡은 창원지방법원 제2-3민사부(재판장 김은엽 부장판사, 김주미·이승훈 부장판사)는 B법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한편, A씨가 사고 이후에도 국내에 머물며 한국인과 혼인해 체류자격이 변경된 점 등 현실적인 사정을 고려해 A씨의 체류가능 기간을 2026년 12월말까지로 인정해 일실수입 4,777,294원을 추가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소송에서 원고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황철환 변호사는 “이 사건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를 재확인한 사례다.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주의 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장래 취업 가능 기간을 현실적으로 고려해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해, 향후 유사 사건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 사고 발생 시, 단순히 입국 당시의 체류 기간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고 이후의 사정까지 종합해 ‘실질적인 취업 가능 기간’을 산정한 데 그 의의가 있다.
법률구조공단은 앞으로도 산업재해, 임금체불 등 사회적 약자가 겪는 법적 분쟁에 적극 대응해 실질적인 권리구제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