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농산물 밭떼기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예상 수확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중간상인이 일방적으로 잔금 지급을 거절한 사건에서 매매 잔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농산물 거래 현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 이행을 회피해 온 일부 상인들의 부당한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을 이끌어낸 법률구조 사례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남 강진군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민 A씨는, 2024년 12월 농산물 매매 상인 B씨와 약 10,000평 토지에서 재배한 알타리무(총각무)를 평당 8,000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2,400만 원을 지급받았다.
계약 내용 중에는 예상수확량을 평당 13kg으로 정하고, 만일 실제 수확량이 예상 수확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매매대금을 감액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당초 양측은 평당 8,000원에 계약했으나, 이후 실제 면적 확인 과정 등을 거쳐 평당 7,000원으로 매매대금을 감액하는 데 합의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B씨는 종자를 제공했고, A씨는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무를 재배했다. 수확기가 도래하자 B씨는 수확량이 예상보다 적고 무의 생육 상태도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잔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잔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B씨는 오히려 A씨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면서 계약금 2,400만 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며 맞섰다.
A씨는 잔금을 지급받고 B씨의 부당한 반소에 대응하기 위해 법원의 소송구조 결정을 받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해당 계약이 밭떼기 매매에 해당하는지와, 수확량 감소 등으로 인한 위험을 농민이 부담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이 소송에서 피고 B씨측은 실제 수확량이 계약서에 기재한 예상 수확량 보다 적고 농작물 상태도 좋지 않았으므로 매매대금을 다시 정산해야 하며 농민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이 사건 계약은 매수인인 B씨가 종자를 제공하고 출하 시기와 비용을 부담하는 전형적인 밭떼기 매매 계약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밭떼기 매매의 경우 수확 이후 발생하는 가격 하락이나 수량 감소 등의 위험은 원칙적으로 매수인이 부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농민인 A씨는 수확 가능한 상태로 농작물을 인도하면 계약상 의무를 다한 것이기에 밭떼기 매매의 실제 수확량이 예상 수확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매수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 심리한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 민사1단독 구세희 판사는 먼저 청구원인에 대해 “이 사건 계약에서는 피고가 알타리무의 수확시기를 스스로 정해 피고의 비용으로 수확을 하기로 한 사실이 인정되는 바, 계약에 따른 알타리무의 인도는 수확기에 매도인인 원고가 매수인인 피고에게 알타리무를 수확할 수 있는 상태로 제공하면 완료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에 따른 미지급 매매대금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세희 판사는 이어 피고 주장에 대해서도 “일부 알타리무의 상태가 불량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성실하게 농작물을 재배할 의무 또는 농작물 인도의무를 불이행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1.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에게 미지급 매매대금 4,6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2. 피고의 반소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에서 농민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박왕규 변호사는 “농산물 밭떼기 매매 거래에서는 가격 하락이나 수확량 감소 등의 위험을 이유로 상인이 계약 이행을 회피하고 그 부담을 농민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이번 판결은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고 농민의 권리를 보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의 후원으로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의 농업인에게 무료법률구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법률 지식 부족 등으로 피해를 입는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법률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