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치듯 쿵’ 경미한 접촉사고에 ‘2주 진단’···법원 “상해 피해 인정 안돼, 손해배상채무 부존재”
  •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권순향 부장판사, 채무부존재확인 판결
  • [한국법률일보] 경미한 접촉 교통사고를 당한 후 2주 진단을 받고 과도한 합의금이나 보험 처리를 요구하는 행태에 제동을 건 채무부존재확인 판결이 나왔다. 사고 당시 충격이 미미하고 객관적인 병변이 없다면, 설령 의사의 진단서가 발급되었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이끌어 낸 법률구조 사례다.

    이 사건은 2023. 10. 31. 오후 7시경,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 입구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A씨는 아파트 입구에서 후진하던 중, 도로에 정차 중인 B씨 차량의 좌측 앞 범퍼를 접촉하는 사고를 냈다. 당시 A씨가 운전한 차량의 속도는 시속 10km 미만이었고, 접촉 정도도 스치듯 부딪힌 수준이어서 두 차량 모두 외관상 파손이나 흠집이 없었다.

    그런데, B씨는 사고 직후 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두개내상처가 없는 진탕, 경추요추의 염좌 및 긴장 등으로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 진단’을 받고 보험처리를 요구했다.

    A씨는 사고의 경미성에 비추어 상해 발생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처리를 거부하고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법원의 소송구조 결정을 받아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사고로 인한 상해 발생의 객관적 입증 여부와 제출된 진단서의 증명력이었다.

    이 재판에서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사고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 10km 미만으로 매우 낮았던 점,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던 담당 경찰관이 ‘스치듯 충돌한 경미한 사고’라는 취지로 회신한 점, ▶B씨의 2주 진단서가 객관적인 의학적 소견보다는 환자의 주관적 증상 호소에 기초해 작성된 점, ▶병원 진료기록상 특이 병변이나 객관적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중점적으로 주장했다.

    원고측은 ‘경미한 사고’라는 추상적 주장에 머물지 않고, 사고 충격의 객관적 정도, 수사기관의 회신 내용, 진단서의 작성 방식, 의료기록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상해발생의 부존재를 적극적으로 입증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민사12단독 권순향 부장판사는 먼저 “금전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채무자인 원고가 채무발생 원인사실을 부정하면, 채권자인 피고가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인 상해 사실과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밝힌 후, “블랙박스 영상과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차량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없었으며 범퍼가 심각하게 파손되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한 점, 피고가 제출한 ‘2주 진단서’는 주로 환자의 주관적 통증 호소에 기초해 작성된 것이며, CT 촬영 등 정밀 검사 결과에서도 특별한 병변이나 특이 소견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고로 인해 놀란 것을 넘어서 요치 2주간의 상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권순향 부장판사는 이에 “1. 별지 기재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에서 원고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경미한 접촉 사고에서 실제 상해 발생 여부에 대한 객관적 입증 없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보험처리 및 과잉진료 관행에 제동을 건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경미한 사고임에도 과장된 피해 주장으로 억울함을 겪는 운전자들이 부당한 보험처리 요구에 대해 법적절차를 통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기관으로서, 법리에 따라 공정한 분쟁 해결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법적 지원을 충실히 이어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 글쓴날 : [26-03-0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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