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부산지방변호사회(회장 김용민 변호사)가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일선 구치소의 행정편의주의적 운영으로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3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이날 ‘구치소 변호인접견권 침해 실태조사 및 공익소송’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구치소 변호인 접견권 침해에 대해 소속 회원 39명이 1인당 100만 원의 손해배상금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장을 부산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총 손해배상청구액은 접견권 침해 횟수와 침해 정도 등 피해 범위를 구체화해 추후 증액할 계획이다.
이 사건은 법무부 교정본부가 2021. 5. 3.부터 변호인 접견에 있어 “기관 메일을 통해 신청서를 받아 직원이 대신 예약함에 따라 변경․취소 등에 신속한 대처가 어렵고, 송수신이 많아 통화의 어려움 호소”라는 이유로 변호인만이 직접 법무부 전자민원 사이트와 교정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는 방식으로 접견 신청방식을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부산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접견 신청방식이 변경되면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가 최근 소속회원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응답한 255명의 회원 중, 약 84%에 달하는 214명의 회원이 변호인 접견과정에서 종전에 비해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자주 혹은 매우 자주 있었다고 답변했고, 약 67%의 회원이 접견신청일로부터 실제 접견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소요기간이 ‘6일 이상’이었다고 답변했다. 심지어 긴급접견이 필요한 상황에서 접견이 불가능하였던 경험을 겪은 사례도 67%(171명)나 됐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접견교통권 침해 사례를 공개하면서, 부산구치소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침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접견 예약이 어려워서 피고인을 접견하지도 못한 채로 공판기일에 출석해야 했다.
▶ 보석사건 심문기일이 지정된 상황에서 변론준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접견이 이루어지지 않아 심문기일 자체를 연기했다.
▶ 1심에서 법정 구속돼 항소제기 여부에 대해 접견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접견 자체가 불가능해 항소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다수의 변호인 접견권 침해 사례가 조사됐고, 이에 변호인들은 재판 당일에 피고인들이 대기하는 장소에서 교도관과 다른 피고인들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히 접견을 하기도 하는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사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실제 운영되는 부산구치소의 접견 현황을 살펴보면, 부산구치소가 30분 시간 단위로 접견 신청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했기에 접견실 자체가 비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지적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255명의 회원 중 188명(약 74%)은, 접견실에 여유가 있는 경우를 상정해 종래의 접견과 같이 ‘당일 예약신청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형태로 제도를 복원해야 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부산구치소는 이러한 제도 복원과 관련한 논의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해,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임을 천명하고 있다.”면서, “또한 형사소송법 제89조, 제34조 등은 위와 같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구체화하고 있고,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 등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수사기관의 처분 등으로 이를 제한할 수 없고,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따라서 재판을 앞둔 피고인이 방어권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변호인과의 면접·교섭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는 위헌적 조치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다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역시 다른 모든 헌법상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법률로써 제한은 가능하나, 그 경우에도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면서, “‘변호인 접견권 침해’ 문제는 단순히 범죄자들의 권리에 대한 침해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을 포함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기본권 침해’에 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민 부산지방변호사회장은 “현행 제도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변호인 접견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면서, “행정편의를 위한 구치소 접견제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