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이른바 ‘벌떼입찰’과 총수 2세 회사 부당지원 등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호반건설그룹이 대법원에서 243억 원의 과징금만 최종 확정받았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오석준 대법관, 주심 이흥구 대법관, 이숙연 대법관)가 기업집단 호반건설 소속 9개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사건 상고심에서 20일 원·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호반건설이 동일인 2세 소유 회사들에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PF 대출을 무상으로 보증해 주거나 진행 중인 공사를 넘겨준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나, 논란의 핵심이었던 ‘벌떼입찰’(다수 계열사를 동원한 공공택지 낙찰 및 전매)과 입찰신청금 무상대여 행위에 대해서는 부당지원행위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이로써 호반건설그룹에 대한 공정위의 당초 과징금 608억 원 중 약 60%에 해당하는 365억 원은 취소되고, 나머지 243억 원의 부과 처분만 유지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위법성을 인정한 핵심 쟁점은 ‘PF대출 무상 지급보증’과 ‘공사 사업권 이관’이다.
대법원은 호반건설이 2세 소유 회사들인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등 13개 계열회사들이 시행하는 40건의 공공택지 개발사업을 위해 총 2조6,393억 원의 PF대출 전액을 무상으로 지급보증한 행위를 ‘부당한 자금지원행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호반건설이 자신의 시공지분을 초과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함으로써, 통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이례적인 위험을 부담했다.”면서, “지원 객체인 2세 회사들은 신용도가 낮아 단독으로는 대출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과도한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했을 것인데, 호반건설의 지원으로 이들이 경쟁사업자에 비해 유리한 경쟁 조건을 확보하고 시장지위를 유지·강화했다.”고 판시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의 성립 요건인 ‘경쟁 제한성’과 ‘부당성’을 모두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호반건설이 자신이 수행하던 주택건설공사를 타절(중단)하고 아무런 대가 없이 2세 회사들에 넘겨준 행위에 대해서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공사 이관 과정에서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고, 이를 통해 동일인 2세들에게 약 20억 원에 달하는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면서, “그 행위의 배경,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이익의 부당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목이 쏠렸던 ‘벌떼입찰’ 관련 혐의들에 대해서는 호반건설측의 주장이 인정됐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자신이 수주한 23건의 공공택지를 동일인 2세의 9개 계열회사에 무수익 전매한 행위를 ‘현저한 규모의 거래를 통한 과다한 경제상 이익 제공’으로 보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구 택지개발촉진법령상 공공택지는 공급가격 이하로만 전매할 수 있어, 호반건설이 공급가격대로 전매한 것은 법령을 준수한 것이다. 이를 두고 지원객체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구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제공’이 부당지원행위 유형으로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택지를 전매함으로써 공공택지 시행사업의 기회를 제공한 행위를 부당한 지원행위로 제재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호반건설이 2014. 2.부터 2017. 6.까지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19개 계열회사에 총 414회에 걸쳐 총 1조 5,753억 원의 입찰신청금을 무이자로 대여한 행위도 면죄부를 받았다.
대법원은 “평균 대여기간이 4일 미만의 단기차입이고, 이를 통해 계열사들이 얻은 이자 차익이 회사별로 820만 원에서 4,350만 원 수준에 불과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호반건설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 소송 핵심 쟁점인 공공택지 명의 변경(전매)을 통한 2세 승계 지원 논란은 대법원의 공정위 과징금 취소 확정 판결에 따라 해소됐다.”면서, “호반건설은 2019년 공정위 조사 이후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해소됨에 따라 앞으로 공정과 원칙을 기반으로 한 경영 활동을 통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여러 행위 중 대법원에서 일부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면서 “판결 결과를 분석해 향후 정책 및 법 집행에 참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