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는 ‘기업집단 우미’(‘우미그룹’) 소속 회사들이 공공택지 1순위 입찰 자격인 주택건설 실적 300세대를 충족시켜 줄 목적으로, 총수 2세 회사인 우미에스테이트 등 5개 계열회사에 4,997억 원 규모의 공사일감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83억 7,900만 원(잠정)을 부과하고, 우미건설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미그룹은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시공) 및 분양(시행)을 주력사업으로 영위하는 기업집단으로 2024년 기준 자산총액은 4.7조 원, 매출액은 2,714억 원, 소속 회사 수는 21개이고, 아파트 브랜드 ‘우미 린(Lynn)’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이석준 부회장이 우미건설 43.8%, 우미개발 46.1%, 우미글로벌 5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미그룹은 2010년대부터 추첨방식의 공공택지 입찰에 다수의 계열사들을 동원하는 소위 ‘벌떼입찰’에 적극 참여해 왔다.
그런데, ‘벌떼입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고, 실제 사업능력 없는 업체가 공공택지에 당첨되는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2016년 8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택지 1순위 입찰 요건을 강화해, 주택건설 실적 300세대를 갖춘 업체만 1순위로 입찰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개선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우미그룹은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에 벌떼입찰에 활용하던 계열회사들을 변경된 제도하에서도 계속 입찰에 참여시킬 목적으로, 2017년부터 자신들이 시행하는 12개 아파트 공사현장에 주택건설 실적이 없는 계열사들을 비주관 시공사로 선정해 총 4,997억 원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의 공사물량을 제공했다.
우미그룹은 시공사를 사업 주체인 시행사가 아니라 그룹 본부에서 모두 결정했는데, 개별 업체들의 공사역량이나 사업기여도와는 무관하게 실적이 필요한 계열회사 중에서 관련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업체를 선정했고, 아직 건축공사업 면허조차 없는 업체인 ‘명상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우미그룹 본부는 공사 이행 과정에서도 경험이 없던 계열사들이 공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다른 계열사 직원을 전보해 주거나 시공사들이 수행해야 할 계약서 작성, 공정 관리, 하도급 업체 선정 등 업무를 대신 수행해 주기도 했다.
5개 계열사 지원 규모는 ① 우미에스테이트 880억 원, ② 명가산업개발 1,232억 원, ③ 심우종합건설 1,170억 원, ④ 명상건설 1,154억 원, ⑤ 다안건설 561억 원으로 총 4,997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사 매출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모두 연매출 500억 원 이상의 중견건설사로 성장했다.
공정위 최장관 기업집단감시국장은 “특히 대부분의 지원객체들은 지원행위 전까지 매출 및 주택공사 경험이 전혀 없던 업체들로서 사실상 이 사건 지원행위만으로 시장에 진입해 성장하는 등 주택건설업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질서가 크게 저해됐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지원으로 공공택지 1순위 입찰자격을 확보한 지원객체들은 이후 총 275건의 공공택지 입찰에 부당하게 참여했다. 그 중 ‘우미에스테이트’와 ‘심우종합건설’은 2020년 실제 2개 택지에 추가로 낙찰되기까지 했는데, 우미그룹은 이 2개 택지를 개발해 매출 7,268억 원, 매출총이익 1,290억 원을 추가했다.
‘우미에스테이트’의 경우에는 2017년 6월 총수 이석준 부회장의 2세인 이승훈·이승현 2명이 자본금 10억 원으로 설립한 회사(이승훈이 70%, 이승현이 30% 지분 보유)였는데, 설립 4개월만에 이 사건 지원행위에 동원돼 합리적인 사유 없이 총 880억 원 상당의 공사 물량을 제공받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 1순위 입찰 자격을 바탕으로 2020년 추가 공공택지를 낙찰받기도 했다.
2022년 총수 2세 2명은 자신들이 보유한 우미에스테이트 지분을 우미개발에 127억 원에 매각했는데, 5년 만에 117억 원의 매각차익을 얻었다.
공정위는 우미그룹 계열사들의 이러한 행위가 지원객체들에게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최장관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는 계열회사에 합리적 사유없이 상당한 규모의 아파트 공사 일감을 몰아주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부당지원 행위를 제재한 사례다.”라면서, “특히, 특수관계인 회사가 아니더라도, 입찰자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계열회사를 지원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호반건설, 제일건설, 중흥건설, 대방건설 등 과거 벌떼입찰 제재 사례는 모두 지원객체가 총수 2세 또는 배우자가 보유한 회사였다.
최장관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로 향후 국민의 주거 안정과 밀접한 주택건설 시장에서 일부 건설사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반칙 행위가 근절되고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면서, “특히, 편법적으로 ‘벌떼입찰’에 참여시킬 목적으로 공공택지 입찰 자격을 계열사에게 인위적으로 채워주는 행위가 근절돼, 향후 사업역량을 갖춘 사업자에게 공공택지가 공급되는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