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믿고 투자했다 손해 본 개인투자자들, 경제신문들 상대 손해배상소송서 일부 승소
  • 서울고등법원 문광섭 고법부장, ‘기사형 광고’ 경제언론사들 공동불법행위책임 20% 인정
  • [한국법률일보] 경제전문신문들의 기사를 보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기사형 광고’를 게재한 경제전문 언론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언론사들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20%로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한 2심 판결이 나왔다.

    언론사들이 광고와 기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사실확인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재판장 문광섭 고법부장, 강효원·김진하 고법판사)는 정모씨 등 3인의 개인투자자들이 한국경제신문 등 3개 경제전문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지난달 19일 원고들과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면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제1심 판단을 유지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한국경제신문 등 3개 경제전문 언론사들은 2021년 11월 경부터 2022년 4월경 까지 홍보대행사로부터 일정한 대가를 지급받고, 비상장회사인 J사에 대한 홍보성 보도자료를 넘겨받아 이를 보도기사로 자신들의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J사의 전 대표이사이자 주주였던 Z 등은 상장 예정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컨설팅업체를 통해 투자자들을 모집하면서, J사가 실질적인 사업이나 수익 없이 자본잠식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평택 공장 증설 계획, 북미 시장 전기모터 수출 계약 등’의 허위 사실을 담은 홍보자료와 이 사건 각 기사들을 활용해 투자자들을 기망했다.

    정모씨 등 원고들은 주식중개인 등으로부터 J사 주식 투자를 권유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 기사의 링크를 공유받았고, 이를 신뢰해 J사에 1억7천6백만 원의 투자금을 송금하는 손해를 입었다.

    J사 관련자 Z 등은 투자자들을 기망해 주식 매수대금을 편취한 행위에 대해 사기죄, 자본시장법위반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들이 허위·과장된 내용의 기사형 광고를 게재한 행위가 J사 관련자들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각 기사의 ‘기사형 광고’ 해당 여부와 각 기사의 내용이 허위 또는 과장 광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 사건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는 먼저 “실질은 광고이지만 기사의 형식을 빌린 이른바 ‘기사형 광고’도 광고의 일종이다. 이러한 기사형 광고는 구성이나 내용, 편집 방법 등에 따라서는 일반 독자로 하여금 ‘광고’가 아닌 ‘보도기사’로 쉽게 오인하게 할 수 있다. 즉, 일반 독자는 광고를 보도기사로 알고 신문사 등이 정보수집능력을 토대로 보도기사 작성에 필요한 직무상 주의의무를 다해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 신뢰하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제6조 제3항은 ‘신문·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것도 위와 같은 오인이나 혼동을 방지하여 독자 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라면서, “신문사 등이 광고주로부터 특정 상품 등을 홍보하는 내용을 전달받아 기사형 광고를 게재하는 경우에는, 독자가 광고임을 전제로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여 합리적 선택 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그것이 광고임을 명확히 표시하여야 하고, 보도기사로 오인할 수 있는 표시나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들이 홍보대행사로부터 제공받은 보도자료를 기초로 작성한 이 사건 각 기사가 제목과 주요 내용이 보도자료와 거의 동일하고, 피고들이 진위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등 취재를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은 상품 또는 그 사업자에 대한 내용을 널리 알리는 광고의 일종인 ‘기사형 광고’에 해당한다.”면서, “그럼에도 피고들은 이 사건 각 기사 화면 어디에도 독자들이 광고임을 알 수 있는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았고, 작성 기자의 이름인 ‘바이라인’을 기재하거나 해당 기사를 사회면에 배열하고 저작권이 있다고 기재하는 등 보도기사로 오인할 만한 표시를 사용함으로써 언론사로서의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J등의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형사사건의 확정판결 등을 근거로, J사가 실제 운영 중인 사업이나 수익 없이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이 사건 각 기사의 제목과 주요 내용인 평택공장 증설 계획, 북미 시장 수출 계약 등은 모두 허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 범위에 대해서는 “원고들 역시 투자 실패에 따른 책임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본인이 지는 것이 타당하고, 투자 결정에 이 사건 각 기사 외에도 직원들의 설득 등 다양한 요인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들이 이 사건 각 기사를 게재한 시점 이전부터 또는 그 무렵 다른 언론기관이나 공공단체도 J에 대해 성장가능성이 많은 업체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여러 정황이 존재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피고들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20%로 제한”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판결은 실질이 광고임에도 보도기사의 형식을 빌려 독자들을 기망하는 이른바 ‘기사형 광고’ 문제에 대해 특히, 비상장기업 투자와 같이 정보 비대칭성이 큰 영역에서의 언론사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한국경제신문 등 3개 경제전문 언론사들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 민사1부에서 상고심이 계속 중이다.

    이 사건의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김민호·류준형 변호사이고, 경제전문 언론사들인 피고들 소송대리인으로는 오지연·조호성 변호사와 법무법인(유) 민의 이상억·임윤선 변호사가 수행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 글쓴날 : [25-11-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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