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아동·청소년에 대한 위계에 의한 추행죄로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택시기사의 택시운전자격을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한 법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재판장 김형두 재판관, 정정미·정형식·김복형·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제24조 제4항 제1호 다목 등 위헌소원’(아동·청소년에 대한 위계에 의한 추행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택시운전자격 필요적취소) 사건에 대해 2025. 5. 29. 재판관 7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1993년 택시운전자격을 취득해 부산에서 30년 이상 택시를 운전해 오던 개인택시기사 A씨는 택시에 탄 13세 여학생을 위계로 추행한 혐의로 2024년 2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청소년성보호법’)위반(위계등추행)죄 등으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이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자 부산광역시장은 2024년 5월 A씨의 택시운전자격을 취소했다. 이에 A씨는 부산지방법원에 여객자동차운송사업 운전업무자격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 계속 중에 해당 여객자동차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2024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여객자동차법 제87조 제1항 단서 제3호의 제24조 제4항 제2호 가운데 제1호 다목 중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제2호 가목의 제7조 제5항 중 ‘위계로써 아동·청소년을 추행한 자’에 관한 부분이다.
이 법조항은 아동·청소년 대상 위계로써 아동·청소년을 추행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택시운전자격을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측은 이 재판에서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의 구체적인 행위태양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아동·청소년에 대한 위계에 의한 추행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만 하면 택시운전자격을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하고, 집행종료 또는 면제받은 날로부터 20년 동안 택시운전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므로 택시운송사업의 운전업무 종사자의 직업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바,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택시운수종사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먼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에 대해 “심판대상조항은 택시를 이용하는 국민을 성범죄 등으로부터 보호하고, 여객운송서비스 이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며, 도로교통에 관한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조항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아동·청소년에 대한 위계에 의한 추행죄를 범한 택시운수종사자의 운전자격을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하는 것으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침해의 최소성에 대해서도 “일반 공중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특성상 준법의식이 부족한 사람이 그 운전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인정된다. 특히, 택시운송사업의 경우 운전자와 승객의 접촉빈도가 높고, 버스 등 다른 여객자동차운송수단에 비해 공간이 좁고 승객의 수도 적어 접촉의 밀도도 높다. 또한, 목적지나 도착 시간이 매우 다양하고 심야에도 운행되므로, 승객이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버스와 같은 다른 대중교통수단에 비해 현저히 높다.”면서, “택시운전자격에 대해서는 비교적 강한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법원이 범죄의 모든 정황을 고려한 다음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택했다면 이는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음을 뜻한다.”면서, “대중교통에서 택시가 차지하는 비중, 교통수단으로서 택시의 특수성, 심판대상조항에 규정된 범죄의 중대성, 해당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에 대한 사회적 비난가능성 등을 종합해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에 규정된 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의 택시운전자격을 임의적으로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만으로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법익의 균형성에 대해서도 “심판대상조항으로 택시운전자격이 취소되더라도 집행유예기간이 지나면 다시 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택시운수종사자가 받는 불이익은 제한적인 반면, 아동·청소년에 대한 위계에 의한 추행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을 택시운송사업의 운전업무에서 배제해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일반 공중의 여객운송서비스 이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며, 도로교통에 관한 공공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택시운수종사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이 “강제추행죄, 준강제추행죄,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택시운전자격을 필요적으로 취소하는 조항에 대한 2018년 5월 합헌결정과 강제추행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택시운전자격을 필요적으로 취소하는 조항에 대한 2023년 12월 합헌결정과 맥을 같이하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