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사해행위, 그 중에서도 신탁부동산에 관련된 사해행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해행위’란 다른 사람에게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은닉하거나 일부 채권자에게 처분하여 전체 채권자의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해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무자력 상태’, ‘채권자에게 불리한 재산 처분’, ‘채무자의 사해의사’, ‘수익자의 악의’ 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채무자가 처분한 재산이 ‘신탁부동산’인 경우에는 신탁계약의 내용, 채무자의 권한 등에 따라서 그 처분행위가 사해행위로 평가받을 것인지 여부가 결정됩니다.
신탁부동산 사해행위 취소소송 실제 사례
이와 관련해 실무상 자주 나타나는 사안으로, 채무자 A가 신탁회사 B와 부동산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부동산을 신탁회사 B에게 신탁하였고, 그에 따라 등기상으로는 소유자가 A에서 B로 변경되었습니다.
한편 신탁계약에서는 향후 신탁의 목적이 달성되거나 신탁계약이 종료될 경우 신탁재산에 관하여 발생하는 수익 분배에 대한 약정을 두게 되는데, 통상 자금을 대출해 주는 금융사가 우선수익자로 지정되고, 본래 부동산의 소유자인 채무자는 후순위 수익자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채무자 A가 신탁부동산을 신탁회사 B에 신탁한 상태에서 부동산을 제3자 C에게 매도하였고, 채무자 A에게 별다른 재산이 없자 A의 다른 채권자들은 A의 부동산 매각 행위가 자신의 채권 회수를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하면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습니다.
“신탁이 존속하는 동안 위탁자가 언제든지 신탁계약을 종료시키고 신탁계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위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다는 것이 합리적으로 긍정되는 경우에는, 위탁자의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위탁자의 일반 채권자들에게 공동담보로 제공되는 책임재산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신탁계약상 신탁부동산을 처분하는 데 수익권자의 동의를 받도록 정해진 경우에는, 그 처분에 관하여 수익권자의 동의를 받거나 받을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탁자가 신탁을 종료시키고 위탁자 앞으로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이러한 경우에는 위탁자의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실질적으로 재산적 가치가 없어 채권의 공동담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위탁자의 적극재산에 포함시킬 수 없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254891 판결 등)
이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정리하면, 기본적으로 신탁부동산은 위탁자, 즉 채무자가 아닌 신탁회사의 소유로 등기가 되어 있으므로 소유권은 신탁회사에게 있고, 채무자의 소유가 아닙니다.
다만 채무자는 향후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권리, 즉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신탁계약상 신탁부동산을 처분하려면 수익권자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에 따라, 동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마음대로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는 것이므로 채무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실질적으로 재산적 가치가 없다는 것이고, 재산적 가치가 없는 권리를 처분하는 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는 판단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 마지막으로 채무자가 신탁부동산에 대해서 가지는 후순위 수익권이 그나마 재산적 가치가 있다면 사해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있겠지만, 신탁부동산의 재산적 가치에서 우선수익권을 먼저 공제한 이후에 남는 가치가 있어야 후순위 수익권이 재산적 가치가 있게 되므로, 실제로 채무자의 후순위 수익권은 재산적 가치가 없다고 평가받는 사례가 많습니다.
결국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논리에 의하면, 채무자가 자신의 부동산을 신탁한 후에 처분하는 행위는 사해행위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채무자에 대한 다른 채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채무자가 신탁제도를 악용하여 가치 있는 재산을 은닉하거나 일부 채권자(주로 채무자의 가족 등에게 처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에게 양도하고, 다른 일반 채권자에 대한 채무 이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신탁제도의 사각지대라고도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결국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당사자가 스스로 조심하고 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신탁부동산에 관련된 사해행위는 일반적인 사해행위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쟁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법률 분쟁에 놓이게 되신 분들이 있다면 초기 단계부터 부동산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법률적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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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 강남 김성태 청주사무소 대표변호사
최진규 신탁부동산 전담 변호사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