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공인중개사가 신탁부동산에 대한 임대차계약 중개 시, 신탁원부 제시와 그 법적 의미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임차인이 손해를 입으면, 공인중개사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 민사6단독 김수영 부장판사는 A임차인이 공인중개사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7천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4월 초순, B공인중개사를 통해 임대차보증금 7천만 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마쳤다.
이후 B공인중개사는 A씨에게 일시적으로 다른 곳으로 전출할 것을 요청하면서, ‘소유자가 변경돼 등기부에 표기되는 전입기간 동안 보증금에 대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전액 책임질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기에, A씨는 잠시 전출한 뒤 6일 후 원래 거주지로 다시 전입신고를 했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임차 부동산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었고, 신탁회사와 담보신탁 계약이 체결되면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무리됐다.
이후 A씨는 B공인중개사의 중개로 신탁회사가 아닌 위탁자와 다시 임대차보증금 7천만 원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 만료 후 연장된 임대차계약은 C공인중개사의 중개로 체결됐다.
그리고 계약만기 1개월 전, A씨가 위탁자에게 갱신 거절 의사를 밝혔으나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다. 결국 A씨는 보증금을 되찾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소송구조 결정을 하고, 법률구조공단 소속 공익법무관은 A씨를 대리해 공인중개사 B씨와 C씨 그리고 그들의 공제사업자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공익법무관은 이 재판에서 “공인중개사 B씨와 C씨가 신탁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신탁원부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법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고, 신탁부동산을 임대할 경우 수탁자인 신탁회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지 않아 A씨가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지 못해 그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B씨와 C씨의 중개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로 공제금액 범위 내인 7천만 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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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탁계약서 주요 부분 |
이 사건을 심리한 인천지방법원 김수영 부장판사는 먼저 “공인중개사는 신탁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경우 신탁원부를 제시하면서 해당 부동산에 관한 신탁 관계 설정 사실 및 그 법적인 의미와 효과, 즉 수탁자가 해당 부동산의 소유자이므로 그 임대차계약은 임대인 소유가 아닌 부동산에 관한 것이고, 이에 대해 수탁자의 사전승낙이나 사후승인이 없다면 임대차계약으로 수탁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성실·정확하게 설명하였어야 할 의무가 있고, 신탁법상 신탁을 하게 되면 수탁자는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소유권자가 되는 법적 효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아니한 경우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중개의뢰인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관련 법리를 밝혔다.
김수영 부장판사는 이어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권리 관계 및 임대차보증금 회수의 위험성에 대해 직접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므로, 과실상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설령 원고에게 피고 협회가 주장하는 과실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일련의 경위를 종합하여 볼 때, 원고의 부주의를 이용한 피고 공인중개사들에 관계에서 원고의 부주의를 이유로 한 과실상계는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는 판결을 했다.
이 재판에서 원고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이동혁 공익법무관은 “이번 판결은 공인중개사가 신탁부동산 거래 시 법적 설명의무를 이행해야 함을 명확히 한 사례다.”라면서, “향후 유사한 부동산 거래에서 중개인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부동산 임차인의 권익보호와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피고들 중 공인중개사들은 불복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고, 피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항소심 재판이 인천지방법원 제6-3민사부에서 계속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