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텔레그램에서 피라미드형 사이버 성폭력 범죄집단을 결성해 4년 8개월 동안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강간 등을 저질러 피해자가 234명인 성착취 범죄조직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들이 자칭 텔레그램 ‘자경단’이라는 피라미드형 사이버 성폭력 범죄집단을 결성한 후 2020년 5월부터 2025년 1월까지 234명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협박 등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심리적으로 지배하면서 가학적 성착취를 가하고,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유포,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치상), 협박, 강요, 강제추행, 유사강간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일명 ‘목사’로 불리는 총책 A씨 등 조직원 14명을 검거하고, 그중 총책 A씨(33세 남성)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남녀 피해자가 234명이었고, 그중 159명이 미성년자였다는 점에서 과거 소위 ‘박사방 사건’보다 피해자 규모가 더 크고 범행 기간도 더 길었다.
‘박사방’ 사건의 피해자는 73명(미성년자 16명), 범행 기간은 1년이었다.
서울경찰청은 아울러 범죄집단 ‘자경단’ 총책 등 조직원들에게 유인돼 텔레그램 ‘지인능욕방’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지인의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을 제작해 ‘자경단’에 제공한 혐의 등으로 피의자 B씨(30세 남성, ’23. 4. 19. 구속 송치) 등 73명을 특정해 그중 40명을 검거하고 나머지 33명을 계속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A씨는 SNS를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해 텔레그램으로 유인한 후 약점을 빌미로 협박했다.
지인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유포에 관심을 보인 남성들과 성적 호기심 등을 표현한 여성에게 접근해 도움을 준다면서, 텔레그램으로 유인한 뒤, 신상정보를 확보하고 나서는 돌변해 이를 유포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약점이 잡힌 피해자 중 범행에 동조하는 사람을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이들이 또 다른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피라미드형 연쇄포섭 방식으로, ‘목사, 집사, 전도사, 예비전도사’로 계급을 정해 상명하복 지휘체제를 갖춘 일명 ‘자경단’이라는 조직을 구성했다.
A씨는 조직원에게 새로운 피해자를 물색하고, 허위 영상물 및 성착취물 제작·유포, 상호 유사강간, 활동자금 관리 등을 지시하면서, 이를 이행하면 계급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범행을 위해 A씨가 참여한 텔레그램 채널과 대화방은 453개였고, 본인이 직접 운영한 채널과 대화방은 60개에 달했다.
A씨는 미성년자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완전히 자신의 통제하에 두기 위해 ‘1시간마다 일상보고, 반성문 작성’ 등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이를 어기면 벌을 준다는 명목으로 나체촬영 및 자해 등 가학적인 성착취 행위를 강요하면서 심리적으로 지배했다.
특히 여성 피해자들에게는 남성과 성관계를 해야만 지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면서 전국 각지를 돌며 미성년자인 여성 10명을 상대로 잔혹한 행위와 함께 강간(치상)하고 이를 촬영하는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또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서 여성 조직원이 남성 조직원에게, 남성 조직원이 또 다른 남성 조직원에게 유사강간 등 성적 학대를 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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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경단’ 총책 A씨가 피해자들을 협박하는 내용의 텔레그램 대화 부분 캡쳐 |
서울경찰청은 피해자의 신고로 ’23. 12. 21. 수사에 착수한 후 조직적 범죄임을 확인하고 전국에 접수된 사건 60건을 순차 이송받아 392일간 수사를 진행하면서 약 200회의 압수수색영장, 국제공조 수사 등 각종 수사기법을 총동원해 조직원을 순차 검거하고 조직을 와해시키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A씨를 경기도 성남의 자택에서 이달 15일 검거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총책 A씨는 검거 당시 진술을 전면 거부했으나, 증거자료를 제출받자 “자신이 목사 맞다.”며 범행의 전모를 시인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성착취 범죄 근절을 위해, 텔레그램 운영자에 대한 입건전조사에 착수하는 등 수사 협조에 소극적이었던 텔레그램을 대상으로 협조 필요성을 지속해서 설득하고 요구해 왔고,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사로부터 범죄 관련 자료를 ’24. 9. 24. 회신받은 최초의 사례”라면서,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경찰청은 ’24. 10.경 텔레그램사와 수사협조체제를 구축해 범죄 관련 정보를 공식 회신받고 있다.”고 밝혔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사이버수사2대장은 “이번 수사를 통해 사이버 범죄자들이 지인 합성물에 관심 있는 미성년자들의 약점을 빌미로 각종 범죄에 가담시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도록 조종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지인 합성물은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범죄일 뿐 아니라, 가해자도 범죄의 표적이 되어 더 중한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어, 이를 빌미로 신상 공개 협박을 받았을 경우 자신의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즉시 수사기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경찰청은 향후 조직원들의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추가 피해자 특정 등 여죄를 명확히 하고, 아직 검거되지 않은 공범이나 기존 조직원에 대해서는 총책 A씨가 검거된 만큼 구속수사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경찰청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디지털 성폭력 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피해 영상물 삭제·차단은 물론이고 심리상담·법률지원 등 적극 지원을 통해 사이버 성폭력으로 고통당한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면서, “유사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므로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 도움을 받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왕미양)는 23일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를 가한 성폭력범죄집단의 검거를 환영하며,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고, “‘박사방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와 같은 조직적인 사이버 성폭력 범죄가 다시 발생했다는 점은 큰 충격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에 있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특히 피해자를 다시 가해자로 만드는 악순환의 구조, 심리적 지배를 통한 장기적 착취, 미성년자를 범죄에 가담시키는 파렴치한 행태는 그간의 대책들이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제재하는데 있어 얼마나 무력하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면서, “더욱이 1시간 단위의 일상보고와 반성문 강요, 나체촬영 및 자해 강요 등 극단적 가학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철저히 짓밟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로서 엄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아울러 “장기적으로 국가는 수사기관에서 가해자 특정의 어려움 등 수사의 어려움이 없도록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적극적인 공조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미성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교육 차원의 예방교육 실시 등의 노력도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