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상시유턴구역에서 유턴 중 신호를 위반해 과속으로 직진하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충격해 전치 14주의 골절상 등을 입힌 40대 여성 승용차 운전자가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이종길 부장판사, 박소영·김수철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운전자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 평결 의견을 존중해 14일 “피고인은 무죄”로 판결했다.
40대 여성 공무원인 A씨는 2024년 3월 경주시 백률로의 한 삼거리에서 승용차로 유턴 중 반대편에서 신호를 위반해 직진하던 오토바이를 충격해 오토바이 운전자인 50대 남성 B씨에게 전치 14주의 손목 골절 상해 등을 입혔다.
검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A씨와 변호인은 이 재판에서 “피고인은 상시유턴구역에서 교통신호가 좌회전 신호로 바뀌고 맞은편 반대차선 및 전방 교차로에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정상적으로 유턴을 했으므로 자동차 운전자로서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했다.”면서, “이 사건 교통사고는 피해자의 오토바이가 적색 정지신호를 위반해 교차로를 통과한 후 제한속도를 초과해 주행하던 중 전방주시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해 정상적으로 유턴을 하던 피고인 차량의 측면 부위를 충격한 것이고, 피고인에게 그러한 비정상적이거나 이례적인 교통 상황까지 예견해 안전운전을 할 의무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측의 신청으로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로 평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먼저 “상시유턴구역에서는 반대 방면에서 마주 진행해 오는 다른 차량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전방의 신호기의 신호와 관계없이 언제나 유턴이 가능함에도 피고인은 전방 교통신호가 좌회전 신호로 바뀌는 것을 확인한 다음 유턴을 시작했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동은 맞은편 반대 차선의 교통신호가 정지신호일 경우를 이용해 보다 안전하게 유턴을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면서, “교통상황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인의 입장에서 교차로 및 피고인이 유턴하려는 반대차로에 차량 등이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할 만한 정황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의 오토바이가 지정차로를 준수하지 않고 2차로를 따라 진행했고 당시 피고인 차량 전방에 좌회전을 위해 정차 중인 차량이 1대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유턴을 진행하면서 반대차선 2차로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피해자의 오토바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반대차로의 차량 통행을 확인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만연히 유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량을 발견해 제동을 시도할 무렵에 피고인 역시 피해자 오토바이를 발견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당시 피해자 오토바이의 진행방향 및 속도와 피고인 차량이 반대차로의 직각 방향으로 2차로에 걸쳐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오토바이와의 충돌을 방지하거나 회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6조 제1항 별표 9에 의하면, 고속도로 외의 도로에서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오른쪽 차로로 통행해야 하므로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운전하는 오토바이는 3차로 또는 4차로로 통행했어야 하고, 최소한 2차로로 통행해서는 안된다.”면서, “그런데 피해자 오토바이는 2차로를 따라 진행해 지정차로 기준을 준수하지 아니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교통사고는 피해자의 신호위반, 제한속도를 초과한 운행, 전방주시의무위반, 지정차로 미준수 등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고, 피고인에게 맞은편 반대차선에 정지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를 통과한 차량이 접근하는 등 타인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까지 예상해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국민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고려하면, 비록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에 법원이 법률적으로 기속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국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서 배심원 전원이 피고인에 대해 무죄 의견을 밝혔고,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배심원들의 의견은 최대한 존중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나 피고인의 행위와 교통사고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