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군검찰의 기소 1년 3개월여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해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앞서 군검찰은 2023년 10월 박정훈 대령을 ‘순직해병사건’에 대한 조사결과의 이첩을 보류 및 중단하라는 상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혐의와 KBS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등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2024년 11월의 결심공판에서는 박 대령에게 징역 3년형을 구형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 재판부는 먼저 항명 혐의에 대해, 박정훈 대령에 대한 ‘이첩 보류지시’와 ‘이첩 중단 명령’으로 나누어,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개별적·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내리지 않아 항명죄의 전제가 되는 명령 자체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첩 중단 명령’은 명령에는 해당하지만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항명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 재판부는 상관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KBS 생방송에서 박정훈 대령의 발언은 가치중립적인 표현에 해당한다는 점, 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거짓임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박정훈 대령은 이날 중앙지역군사법원의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혜롭고 용기 있는 판단을 내려준 군판사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오늘의 정의로운 재판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 성원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있었다.”면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는 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기도 하고 험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저는 결코 흔들리거나 좌절하거나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의이고 법치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윤복남, ‘민변’)은 이날 오후 “이번 판결은 12. 3. 내란 사태 이후 힘겹게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중인 우리 사회에 법치와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그리고 실제 정당하지 못한 이첩보류 및 중단지시가 존재했다는 점, 즉 ‘외압’을 받았다는 박정훈 대령의 용기있는 증언이 진실임을 확인한 판결이다.”라고 논평했다.
민변은 아울러 “이번 판결을 통해 ‘외압’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인정됐다. 이는 내란수괴 윤석열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순직해병 특검법’ 반대가 더이상 명분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면서, “박정훈 대령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키고, 우리사회의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순직해병 사망사건’에 외압을 행사하고 수사 결과를 변개한 군 당국자들, 박 대령을 기소한 군검찰, 이를 지시했던 전 국방부장관 이종섭과 대통령 윤석열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고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중앙지역군사법원 판결은 군 지휘부가 부당한 명령을 내렸다는 판단을 포함하고 있어, 군 내부의 명령체계와 법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른바 ‘VIP 격노설’ 관련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호준석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재판부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이첩 보류 명령을 내린 구체적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명령이 있었는지’ 자체가 불분명하므로 ‘항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부당한 명령이라 거부했다.는 주장과는 맥이 다르다.”라면서, “민주당이 선동하던 ‘수사 외압설’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민주당은 판결 내용을 호도하지 말고 과거의 거짓 선동을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