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휴대폰 개통을 위해 맡겨둔 타인의 신분증을 모용한 은행 앱 비대면 대출계약 시,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에 따른 필수·의무적 본인확인조치를 다하지 않은 은행의 대출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7단독 류희현 판사는 A씨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최근 “대출계약에 기초한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통신사 직원인 B씨는 2022년 3월 소지하고 있던 A씨의 운전면허증을 이용해 A씨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B씨는 2022년 5월에는 대출을 받더라도 그 대출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A씨 명의의 휴대전화로 은행의 모바일앱에 접속해 A씨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다음 대출을 신청했다.
은행은 비대면 대출계약을 체결하면서 휴대전화, 공동인증서를 통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고, A씨의 주민등록증을 촬영한 사진을 제출받은 후 대출금 1백만 원을 A씨 명의의 계좌로 송금했다. 이와 같은 사실로 인해 B씨는 사기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A씨는 은행 앱을 통해 대출금을 신청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개통을 위해 맡겨두었던 운전면허증이 부당 대출에 도용된 사실을 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소송구조 결정을 하고 A씨를 대리해 은행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이 재판에서 “형사판결의 내용과 같이 A씨가 은행과 대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고, 은행은 비대면 대출과정에서 본인확인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데 실제 본인확인을 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오히려 A씨가 금융소비자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류희현 판사는 “은행이 비대면 실명확인을 위한 필수·의무적 조치를 다했다고 볼 수 없어, 어플을 통해 송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에 의한 것이라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대출계약은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이 소송에서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박성태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어플을 통한 비대면 방식의 대출약정을 비롯한 거래방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본인확인 절차는 보다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운용되어야 하고, 금융회사는 금융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다.”라고 밝혔다.
박성태 변호사는 아울러 “휴대폰 개통을 위해 신분증을 맡겨서 발생하는 대출사기 등의 불법행위가 빈발하고 있는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고, 비대면 대출 범죄에 활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