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성폭행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해자 최말자님 사건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결정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사)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왕미양)가 60년 만에 재심의 길을 열어준 대법원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는 성명을 20일 발표했다.
1964년 5월, 18세의 여성인 최말자 님은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약 1.5cm를 절단했다가 중상해죄로 ‘징역 10월형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가해자에게는 강간미수가 아닌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죄만 인정돼 ‘징역 6개월형의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더 높은 형량에 처해진 사건이었다.
앞서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최씨가 검찰에 처음 소환된 1964년 7월 초순경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된 것으로 보이는 1964년 9월 1일까지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원심은 최씨 진술을 깨뜨릴만한 반대 증거나 사정이 존재하는지 사실조사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면서, 재심청구를 기각한 원심 부산고등법원의 결정을 파기환송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에 관해 과거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 중요한 선례를 남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면서, “피해자가 성폭행을 하려는 가해자의 혀를 깨문 행위는 자신의 신체와 성적 결정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당시 판결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왜곡된 시선이 반영된 결과였고, 이로 인해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여성 인권과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최말자씨의 용기와 결단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향후 진행될 재심 과정에서도 온전한 정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낼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보다 성숙해지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성폭력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인권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의 방어권과 정당방위에 대한 법적 해석의 문제와 재심 개시요건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키며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며 2024년 제5회 노회찬상 수상자로 ‘최말자’님을 선정했던 (재)평등하고 공정한나라 노회찬재단도 20일 “평생 한을 품고 살아온 피해자 ‘최말자’님은 56년 만의 '미투'를 통해 세상에 아픈 과거를 알렸고, 60년 만에 대법원 파기환송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진심으로 축하와 지지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회찬재단은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환영하며, 이후 진행될 재심에서, 재판부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성평등과 사법정의를 실현하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