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모바일 게임을 통해 만나 교제할 때부터 결혼 이후까지 자신의 이름과 직업, 경력, 재력 등을 속이고 한 혼인을 취소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 가사1단독 정현숙 부장판사는 30대 여성 A씨가 배우자인 50대 남성 B씨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의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피고 사이의 혼인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B씨는 2021년 리니지 모바일 게임을 통해 A씨와 만나 교제하면서 A씨에게 “(자신은) 국군 특수부대 정보사 출신으로 얼굴이 노출되어서도 안 되고, 본인 명의 통장도 개설할 수 없는 등 모든 것이 기밀이다.”라고 말했다.
A씨는 2023년 B씨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해 출생신고와 혼인신고를 하면서, B씨의 이름, 나이, 초혼여부, 자녀유무, 가족관계, 군대이력 등 모든 것이 거짓말인 것을 알게 됐다.
B씨는 A씨와 동거하면서 몰래 A씨 명의를 도용해 휴대폰을 개통하고 대출을 받는 등 막대한 대출금 채무를 부담하게 했고, A씨의 임신기간 중에는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이에 A씨는 2023년 7월 B씨를 폭행, 사문서위조 등으로 형사고소 했고, B씨는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후 A씨는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 및 자녀의 친권과 양육권을 단독으로 받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소송구조 결정을 하고 A씨를 대리해 2023년 8월 B씨를 상대로 혼인취소소송을 제기했다.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이 재판에서 “B씨가 A씨와 교제 및 동거하는 동안 B씨의 이름, 생일, 직업, 부모여부, 초혼여부, 자녀유무, 경력, 재력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기망하지 않았더라면 A씨는 B씨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는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B씨의 폭력성과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 등 자녀의 복리를 고려해 친권자 및 양육권자로 A씨가 단독으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정체가 드러난 후 A씨가 형사고소를 하자 잠적했다가 지명수배된 후 구속돼 교도소에서 이 사건의 소장을 송달받고 법정에 출석해 “자녀는 본인의 자식이 아니라 A씨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낳은 자식이다.”라고 진술했다.
이로인해 A씨와 자녀는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아야 했고, 소송 도중 유전자 검사가 진행됐다. 유전자검사 결과 A씨 자녀와 B씨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 정현숙 부장판사는 1년 2개월여 만에 원고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1. A씨와 B씨의 혼인을 취소한다. 2.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A씨를 지정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라고 판결했다.
이 소송에서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사기결혼의 경우 기망당한 피해자가 겪는 심적인 고통, 신분관계에서 오는 불이익, 재산상 손해등 피해가 매우 크다.”면서, “사기결혼은 기망한 사람의 잘못이지, 기망 당한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며, 기망 당한 피해자는 자신의 신분관계를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 혼인취소소송을 제기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형사고소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아울러 “사기결혼으로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의 장래와 복리를 위해 친권자 및 양육권자를 정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 사건은 현재 자의 성과본변경허가 심판 청구도 법률구조공단이 대리 중이다”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