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고위공직후보자 인사검증 기구를 법무부장관 직속으로 신설하는 내용의 법무부령 등이 입법예고되면서 무소불위 검찰독재국가로 가려는 것인가라는 비판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법무부는 “1차 검증 실무만 담당하는 것이고 인사추천이나 2차 검증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법조·시민사회단체에서는 법무부, 사실상 검찰로의 과도한 권한 집중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는 25일 논평을 내고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법무부가 경찰을 통해 인사정보까지 한 손에 넣으면 정보와 수사, 기소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자명하다.”면서, “더욱이 법무부의 탈검사화가 역행하고 있어 법무부는 검사와 동일체라고 할 수 있고, 경찰도 수사기관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므로 상호견제가 사라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특히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령안 제53조 제4항을 보면 ‘법무부에 두는 공무원의 정원’에 국방부 소속 현역 장교, 국정원 직원, 감사원 소속 공무원도 법무부에 둘 수 있다는 규정도 신설됐다.”면서, “이를 통해 법무부장관이 국정원, 국방부, 감사원 등에 분산된 인사정보, 정책정보, 치안정보까지 수집하면 무소불위의 기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지난 정부에서 2기 법무·검찰개혁위는 대검찰청과 각급 검찰청의 정보수집기능을 없애라고 권고했다.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부서를 전면 폐지해 검찰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비대화된 검찰조직의 정상화 및 기능 전환’이라는 검찰개혁의 과제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현 정부는 권력기관의 권한 분산을 통한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장에 대해서 조금의 이해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검찰공화국을 완성하고, 나아가 검찰독재국가를 목표로 가려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은 검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직후보자등은 인사검증 시기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자신에 대한 인사정보(비위정보)가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생각해 정권에 충성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문화가 국정을 어떻게 파행으로 몰고 갔는지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또 “더욱이 법무부장관 직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장과 20여 명 규모의 실무인력을 두고 ‘지청급’으로 인사검증조직을 둘 경우 옛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넘어서 광범위한 규모로 인사정보를 취합하지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로 한동훈 장관의 권한이 막강해졌다는 비판이 일자, 같은 날 반박 설명자료를 내고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는 대통령의 ‘법의 지배’ 강조와 대통령실의 권한 내려놓기 차원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는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이뤄진 조치”라면서, “법무부의 1차 인사검증과 이후 ‘대통령실의 최종적인 인사검증’을 통해 인사검증이 진행된다. 또한 일부 왜곡된 주장과 달리 법무부는 ‘인사추천’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구체적인 운영방안과 관련해서 “인사정보관리단장은 비검찰·비법무부 출신의 직업공무원(인사 분야 전문가)으로 임명될 예정”이라면서, “법무부장관은 중간보고를 일체 받지 않는 방식으로 검증과정의 독립성을 완전히 보장할 계획이며, 독립성 보장의 연장선상에서 사무실도 법무부가 아닌 제3의 장소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는 '음지'에 있던 인사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 투명성을 높이고, 감시가 가능한 통상의 시스템하에 두는 것”이라며 “그동안 ‘질문할 수 없었던 영역’이었던 인사검증 업무를, ‘질문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재배치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또 “과거 인사검증 자료가 정권 교체 시 모두 파기됐으나, 통상의 부처업무로 재배치되면 정해진 공적자료 보존 원칙에 따라 보존돼 투명성과 객관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결국, 공직자에 대한 검증이 정치적 득실의 영향 하에 밀실에서 이뤄진다는 과거 민정수석실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 통상의 부처 업무에 편입시킴으로써 인사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같은 날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이광수 변호사)도 인사검증을 명목으로 법무부에 공직후보자의 정보 수집⋅관리의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5월 24일 공고된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행정안전부공고제2022-365호) 포함 3개의 입법예고에 대한 반대 입법의견서를 법무부와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관을 폐지했지만, 민정수석비서관이 담당해온 인사검증의 업무를 법무부장관에게 맡겨, 법무부장관이 민정수석비서관의 역할까지 수행하도록 한 시도다. 윤대통령이 수사권과 기소권에 더해 고위공직자의 인사정보까지 틀어쥔 법무부와 검찰을 중심으로 수사와 기소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신공안통치’를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하면서, “이번 입법예고는 물론 법무부와 검찰, 경찰에 인사검증을 맡기겠다는 새정부의 국정과제 자체를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