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한국전력공사(한전) 하청업체 노동자가 송전탑을 옮기는 공사 중 감전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공사를 발주한 한전에도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도급사업주로서 형사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민유숙 대법관, 주심 천대엽 대법관, 조재연·이동원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전에 벌금 700만 원, 업무상과실치사등 혐의의 한전 충북지역 본부장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도12560)
한전은 2017년 6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지장철탑 이설공사를 발주하고 전기설비업체인 B사에 도급했다. 이후 같은해 11월 B사 소속 노동자 C씨가 현장에서 작업하던 중 고압전류에 감전돼 14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A씨는 지장철탑 이설공사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였다.
이에 B사의 전무와 A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B사와 한전도 양벌규정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청주지방법원 형사1단독 판사는 피고인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B사의 전무와 A씨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한전에는 벌금 700만원, B사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A씨와 한전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인 청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항소를 기각하면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와 한전은 이에 불복해 다시 상고했다.
이 사건 상고심을 심리한 대법원 제2부는 먼저 “2019년 1월 15일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전문분야의 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6호에서 정한 ‘전문공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준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의 공사를 의미하고, 해당 조항은 사업이 전문분야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될 때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규정하는데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대부분을 도급했다가 그중 일부를 다시 제3자에게 도급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은 사업주와 수급인이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사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장소적 동일성 외에 시간적 동일성까지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고,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입법취지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의 도급인에게도 산업재해의 예방에 필요한 조치의무를 지우기 위한 해당 조항의 개정 목적·경위에 고용노동부가 2012년 9월경 작성한 ‘사업의 일부 도급 사업주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 적용 지침’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될 때 사업주가 각 공사 전부를 분야별로 나누어 수급인에 도급을 줌으로써 자신이 직접 공사를 수행하지 않고 사업의 전체적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등 관리·감독만 해도 해당 조항의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에 해당한다.”고 설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그 판시와 같이 한전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및 같은 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도급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전문 분야의 공사’, ‘도급 사업주’,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원심은 “피고인 A는 수급인의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 관리할 책임이 있었고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작업이 시행된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사전에 감전사고 예방을 위한 방호관 설치가 제대로 됐는지 점검하거나 관련 법령상의 재해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도급 사업주인 피고인 한전의 사용인이자 지장철탑 이설공사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라 사업장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관리의무 및 안전조치의무를 부여받았음에도 수급인인 B사에 이를 미룬 채 현장에 직접 안전관리를 할 직원을 두지 않은 등 아무런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또 “한전은 도급 사업주로서 종합적인 안전관리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해태해 수급인들 사이에 안전점검에 관한 의사소통과 확인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지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A씨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와 A씨와 한전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에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 A의 업무상 주의의무, 피고인들의 안전관리의무 및 안전조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면서, 한전과 A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