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민변과 청소년인권단체가 참정권 확대를 위해 개정된 <정당법>이 청소년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미성년자의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조항의 삭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당법> 개정안에 대한 공동논평을 통해, 청소년 참정권의 실질적인 확대 움직임을 환영한다면서도, “정당법 개정조항이 여전히 정당 활동 연령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문제가 있고, 더구나 청소년에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청소년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의원·지방자치의회·지방자치단체장선거 피선거권 연령을을 25세에서 18세로 하향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이달 11일에는 정당 가입이 가능한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하향하고, 18세 미만인 사람이 정당에 가입할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개정 전 <정당법>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권을 가진 자만’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청소년의 정치적 의사를 일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정당 안에 마련돼 있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항으로 한국의 대다수 청소년은 참정권을 온정히 보장받지 못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권고를 참고해 이번에 개정된 정당법 제22조 제1항이 정당 가입 연령을 16세로 낮추어 정당의 문을 더 많은 청소년에게 개방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가가 일률적으로 법률을 통해 정당 가입 가능 연령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다수 국가는 정당 가입 연령을 법으로 제한하지 않고 각 정당이 당헌과 당규를 통해 정당 가입 연령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각국의 주요 정당은 아예 연령 제한을 두지 않거나 14~16세 청소년을 다양하게 정당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처럼 보다 많은 청소년이 정당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정치적 주체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일률적인 연령 제한 규정을 폐지하고 정당이 자체적으로 청소년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에 신설된 「정당법」 제23조 제1항 후단은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정당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함께 제출하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조항은 청소년의 참정권 행사 여부를 법정대리인의 의사에 좌우되도록 함으로써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부작용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할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하게 되면 법정대리인이 청소년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 하거나 청소년의 정치 참여 자체를 반대하면 청소년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당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막혀버리게 된다.”면서 “여전히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정치에 참여하려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미성년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마련한 이 규정은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의사를 사전에 억압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대한민국헌법>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5조에서 보장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설령 청소년이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원만하게 동의를 얻을 수 있어도 해당 규정은 정당에 가입하려는 청소년에게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법정대리인에게 밝힐 것을 강제해 <대한민국헌법> 제10조, 제17조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6조 및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7조에 보장된 청소년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정당법 개정의 의미와 한계를 지적하는 데서 더 나아가 국회와 정부에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2호(‘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의 삭제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면서 “미성년자의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한 이 조항이 살아 있는 것은 이번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전히 적지 않은 학교에서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을 교칙으로 제재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국회는 지난해 11월 3일 발의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학생인권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청소년들을 위한 모의투표 허용·사전 투개표 참관 가능 연령 하향 등 청소년의 정치 참여와 직결된 세세한 공직선거 관련 규정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