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교회 전도사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목사가 1심에서는 무죄였지만,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방법원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 류하나·박현기 판사)는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목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춘천시의 한 교회 담임목사인 A씨는 2012년 10월 7일 경부터 2018년 6월 27일 경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전도사 B씨에게 2013년 7월분 임금 103만3,540원을 비롯해 2018년 6월까지 임금 7,686만3,670원과 퇴직금 1,722만3,378원 등 총 9,408만여 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춘천지방법원 형사3단독 정수영 부장판사는 “B씨가 쓴 서약서에 근로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로조건, 근로 대가에 대한 기재는 없고, 연봉제로 시무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지급 금액은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B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A씨가 사용자로서 노무 수령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무죄를 선고했다.(춘천지방법원 2020고단550)
정수영 부장판사는 판결 이유에서 “교회의 종교 활동은 본질적으로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신앙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며, 교회는 교인들의 자발적인 헌금으로 운영되는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이어 “종교 활동을 담당하는 성직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을 종교 활동이라는 근로의 대가로 보면 종교 활동 자체가 금전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게 돼 종교적 신념에 기한 자발성을 본질로 하는 종교 활동의 본질을 해하게 되는 점을 고려할 때, 종교적 신념에 따라 종교기관에서 직분을 맡고 종교 활동으로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본질적으로 봉사활동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를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의 제공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봉사직에 대해 일정한 금전을 지급했다고 해도 이는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근로의 대가가 아닌 은전 성격의 사례비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 사건 담당 검사는 “B씨는 피고인이 담임목사로 재직하는 교회에서만 전속적으로 근로했고, 교회로부터 지급받는 ‘연봉’이 자신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수입이었다. 또한 피고인은 B씨가 이 사건 교회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B씨에게 지급하는 급여에 관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을 뿐 아니라 B씨를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에 ‘직장가입자’로 신고했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근로관계 법령에 따라 B씨를 피고인이 사용자인 이 사건 교회의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음에도 단지 종교적 영역에서의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고 인정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이 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 및 변호인은 “B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을 B씨의 사용자라고 볼 수도 없다. 또한 피고인은 B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해 알지 못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사건 항소심을 심리한 춘천지방법원 형사2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는 유죄판결을 선고했다.(춘천지방법원 2020노1052)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서 먼저 “B씨에게 지급된 고정급에 대해 이 사건 교회에서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했고, 재직하는 동안 국민연금보험과 건강보험에 이 사건 교회를 사업장으로 하는 ‘직장가입자’로 가입돼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 “B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A씨는 B씨의 사용자로서 최소한 최저임금에 따라 산정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시간외 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를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A씨는 근로기준법 위반죄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B씨는 전도사로 재직하는 동안 고정적으로 일정 금액을 사례금 명목으로 받았는데, 이는 그 명목 내지 명칭과 무관하게 전도사로서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끝으로 “A씨와 B씨는 근로계약서는 물론 근로조건이나 급여의 수준에 관해 서면을 작성한 바는 없으며,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돼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인 A씨가 경제적·종교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서면을 작성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면서, “설령 B씨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종교기관인 교회에서 직분을 맡고 종교 활동의 하나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해도 B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해 그에 따른 보호를 받는지는 종교적 교리와 종교의 자유에 의해 그 판단이 달라지는 영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시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