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속 그루밍,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다.
그루밍(Grooming)은 성범죄자들이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기 전 공략할 대상을 물색하고 호감을 얻고 신뢰를 쌓는 등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피해자를 길들이고 유인하는 전략적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해외에서는 ‘그루밍’ 용어의 사용은 물론이고 그루밍 행위와 그 맥락을 세분화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탁틴내일>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간과되고 있는 그루밍이 아동청소년의 인권 관점에서 해석돼, 성범죄 처벌이 더욱 엄중하게 이루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3년간의 성폭력 상담사례를 분석하고 올 10월 초등학생 489명 중학생 6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현장 조사에 기반해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고 법률가와 각계 전문가들을 초대해 ‘그루밍’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오는 11월 7일(화) 오후 2시~5시까지 국회의사당역 이룸센터 지하1층 누리홀에서다.
탁틴내일은
“최근 국민들에게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준 대전 성폭력피해 여중생 자살, AIDS(에이즈)에 감염된 용인 여중생, 어금니아빠 청소년 성착취 정황 등 일련의 사건을 ‘그루밍에 의한 성범죄’라는 틀에서 보면 가해자의 범죄행위가 더욱 선명해진다”고 말했다.
탁틴내일은 “특히 피해청소년을 자살로까지 몰아간 대전 여중생 사건에서는 유족들에 의하면 경찰이 피해학생에게 ‘스스로 20대 남성과 교제한 거 아니냐’며 몰아붙이기까지 했지만 그루밍의 관점에서는 피해학생이 성인 가해자에게 유인돼 피해를 입은 것이 분명해진다”고 봤다.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상담사례 분석 결과,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 사례는 43.9%에 이른다. 그루밍 피해 당시 연령은 14~16세가 44.1%로 가장 많았다. 11~13세 14.7%, 6~10세 역시 14.7%로 저연령 피해자의 비중이 상당함을 드러냈다.
성폭력 가해 당시 범죄 구성요건에서 흔히 예상하는 폭행ㆍ협박은 20.6%이다. 그런데 그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항거곤란ㆍ항거불능(23.5%)이며, 위계(착각, 오해하도록 속이고, 피해자의 심리 상태 악용 등)나 위력이 17.6%임을 감안하면 무려 41.1%가 그루밍 관련 수법에 의해 피해를 당하는 것이 확인됐다.
게다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11.8%라는 점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탁틴내일 연구자들은 이 부분 역시 그루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범죄요건으로 정의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13~16세였고 가해자는 모두 성인이었다. 피해자가 당황해서 저항을 못하거나 가해자가 잘해주며 사귀자고 했고, 피해자는 ‘연애하면 다 이러는가보다’라고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발생한 피해들이었다.
탁틴내일 연구에서는 그루밍 피해자들은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를 받는 비율이 더욱 높다고 밝혔다. 특히 오프라인 그루밍에 의한 장기 피해가 95.5%로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로 나타나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온라인 그루밍 피해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해외 연구를 근거로 다룰 예정이다.
영국 연구 조사에 의하면 온라인 그루머들은 불과 30분 만에 아동에게 만나자고 설득할 수 있으며, 어떤 경우는 아동을 완전히 설득하는데 1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런던 미들섹스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온라인에서 아동과 채팅할 때 단 3분만에 성적인 주제를 꺼내고 8분이면 아동과 유대감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토론회는 법조계와 경찰, 학계, 아동청소년 보호 전문가들이 망라되어 풍성한 토론의 문을 여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현행 법 제정의 방향과 관련 전문가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에게는 탁틴내일 성폭력 그루밍 상담 사례 분석과 1,098명의 아동청소년이 응답한 온라인 그루밍 관련 설문 ‘청소년 온라인 이용실태 및 성폭력 피해 경험’ 분석자료, 해외 국가별 온라인 그루밍 관련 법안 및 조문 모음, 해외 온라인 그루밍 피해 사례와 예방을 위한 기업ㆍ사법부 등의 조치들을 모은 자료집이 제공된다.
토론회 사회는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가 진행하고,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강지원 변호사가 축사를 하며, 최영희 탁틴내일 이사장이 환영사를 한다.
발제는 김미랑 탁틴내일연구소 소장이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례 분석’(상담사례 및 온라인 그루밍 설문조사 분석 중심으로)에 대해, 또 배승민 가천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천 스마일센터 센터장)가 ‘그루밍이 아동ㆍ청소년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리고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ㆍ세상 대표)가 ‘판례를 통해 본 그루밍의 해석’에 대해 발표한다.
토론자로는 임수희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박은정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원민경 변호사(법무법인 원 변호사),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윤선영 여성ㆍ아동폭력피해 중앙지원단 단장, 박미혜 서울시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경감이 참여한다.